4 / 25 (토) 버려진 항아리를 보며
저녁스케치
202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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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뒷문을 지나다 보면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
크고 작은 여러 개의 항아리가
거꾸로 처박혀 있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빌딩들 즐비한 도심 속에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버려진 항아리들
윤기 흐르는 눈길 가는 곳마다
그리움이 묻어있다

한때는 가문에 혈통을 잇듯
봄이 되면 된장, 고추장을 꾹꾹 눌러 담아
사철 장독대에서
애지중지하던 몸이었겠지

봉숭아 맨드라미 꽃물 든
장독대 추억도 간직했으리

예나 지금이나 하늘은 푸르고
사람 사는 세상 별다르지 않은데
정든 것들이 버려진다는 건

한 세대가 저물고, 잊혀진다는 것,
또 다른 세대가 시작되는
쓸쓸한 일이다.

안규례 시인의 <버려진 항아리를 보며>

설령 쓰임이 다한 항아리라 해도
그 안에 담긴 삶의 궤적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그 존재를 기억하고
가치를 알아봐 주는 이가 있는 한,
항아리는 버려질 물건이 아닌
추억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또 하나의 의미가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