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3 (수) 나도 왕년에는
저녁스케치
2025.12.03
조회 126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식당엔 사내들 몇이서 밥 대신 소주 들이켜며
저마다의 왕년을 안주 삼고 있었습니다
나도 왕년에는 소주에 밥 말아먹던 시절 있었나요
사내들의 뒷덜미를 움켜쥔 그림자 흔들리고
불빛에 베인 눈시울은 붉다 못해 황량했습니다
쓰디쓴 왕년을 입안에 털어 넣으며
사내들은 헐거운 삶을 더욱 풀어 놓았구요
내 늦은 저녁도 소주처럼 쓰고 차가웠습니다
쓰디쓴 밥알들을 입안에 털어 넣고
왕년인 듯 오래오래 씹고 또 씹었습니다
덧난 눈시울 쉽게 아물지 않았습니다
강연호 시인의 <나도 왕년에는>
왕년에 잘 나가지 않았던 사람 어딨으며,
찬란했던 청춘의 기억이 없는 사람 어딨을까요.
하지만 우리, 그때가 자랑스럽고 그리워도
지나간 시간을 곱씹지 않기로 해요.
입버릇이 된 ‘왕년에 내가’는 그만 잊고,
힘들더라도 ‘지금 나는’하고 더 자주 말해요.
우리가 사는 건 지금,
행복이 있는 곳도 지금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