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묵정원9 -번짐-
장석남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번-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 채 번져서
봄 나비 한 마리 날아온다
.....................................
윤희님은 꽃이 져도 잊지 못하는
혹은 죽어도 잊지 못할 사람 있으신가요?
꽃이 지도록, 아니 꽃이 진 후에도
잊을 수 없는 사람 몇이나 있으신가요?
꽃이 져도 잊을 수 없다는 말,
꽃이 지는 모습에 와락, 생각난다는 말,
문득, 그 말을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면
마치 달디 단 꿀벌처럼 혹은 꽃의 온기처럼
그 말속엔 향기가 가득할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또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건 단지 바라봄에서 시작된 것만은 아니었을 거예요.
누군가 내 안에 와 번진다는 것,
아무도 모르게 물들여지는 것,
그게 바로 사랑 아닐까요?
번짐이라는 말, 참 곱고 예뻐요.
생각만으로도 입 안 가득 침이 고여요.
우리도 목련꽃처럼 번져 여름이 가는 동안
기쁨이 번져 나에게 물들고,
꽃이 번져 열매를 맺듯이
가까이 있어 소중함을 잠시 잊은 사람들,
그들과의 거리도 그만큼 깊어지고 견고해졌으면 좋겠어요.
‘번져야 사랑이지’ 이 부분 참 좋지요?
우린 서로 너무 달라서 가끔은 번질 필요가 있죠.
서로를 물들이다보면 다른 노력이 필요 없을 거예요.
다른 점이 많고 그래서 그게 좋은데,
언젠가 우리 서로에게 한번쯤
더 늦기 전에 서둘러 번져보는 건 어떨까요?
긴겨울을 나고 봄날 싱싱한 수액을 끌어올리는 나무들처럼,
혹은, 말없이 흐르며 서로를 쓰다듬는 강물처럼요
*들국화 라이브 CD 받고 싶어요, 욕심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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