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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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하루
임영선
2007.10.02
조회 31
비가 오려는지 오후가 되면서 이내 날이 흐려졌다.
골목이 많은 동네...
초등학교가 그리 멀지 않고 그 옆으로 오래된 문방구 하나,
그리고 올 여름내 비가 그치지 않은 것처럼
매일매일 빈주머니 탓하며 애꿎은 담배만 피던 철물점 주인 아저씨와 그의 부인이 하루 걸러 싸우느라 고성이 끊이지 않던 그곳에
며칠 내내 문이 닫기로 한달 넘게 내게 와 푸념과 한숨을 섞어 울음 울던 그녀가 떠난 후 트럭이 오가고 장화신은 인부 몇몇 오가는가 싶더니 이내 근사한 빵집 하나가 들어섰다.
요즘 밥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에 누가 빵을 사먹을까? 싶을 정도로
그 빵집은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조명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유난히 떡을 좋아하는 친정 엄마 생각도 나고..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부침개라도 부쳐먹어야지 싶은데
눈치없는 딸아인 "엄마 우리 저어기 가서 빵 한 번 사먹으면 안될까?" 묻는다.
사달라고 떼 써도 시원찮은 나이에 일찍 철들어버린 열세 살
딸 아이는 2평 남짓한 옷수선 가게에서 하릴없이 뜨개질을 하며
손님만 기다리는 엄마의 주머니 사정을 빤히 아는 것이다.
"이따가 옷 찾으러 손님 오면 빵 하나 사줄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내 해바라기 꽃처럼 활짝 웃는 아이..
그런데 날이 다 저물도록 그 손님은 오지 않았다.
얼마 전 선물받은 옷인데 치수 좀 줄여 한 치수만 줄여주세요.
한눈에 보기에도 이 동네 사람 같지 않게 단정하니 분내가 향기롭다.
필경 부잣집 딸이리라...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수선비를 묻는 그녀에게 1만 5천원이면 되는데 덜컥 2만원이라고 말해버렸다.
심장이 벌렁대는가 싶더니 이내 호흡이 가빠졌다.
또 얼굴은 왜 그리도 화끈대던지...
에라, 모르겠다 이미 뱉어버린 말, 주워담을 수도 없다,
내 스스로에게 말 같지도 않은 이유를 둘러대면서 허리 치수를 줄이고 재킷 양 옆 솔기를 뜯어 다시 안감과 이어 박음질 하는 내내
마음이 바깥 날씨처러 무거운 하루였다.
내일 그 손님이 오면 일단 2만원을 받으리라..
그리고 웃는 얼굴로 5천원을 돌려줘야지, 그리고 5천원은 딸아이 좋아하는 단팥빵과 소보루, 크림빵을 사주리라.생각하며
가게 문을 나섰다.
훅, 머리칼로 달려드는 서늘한 가을바람이 왠지 싫지 않은 밤이었다.

조관우 : 꽃밭에서
다섯손가락 : 새벽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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