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참 미련하게도 먹었다.
어렸을 적의 나는....
특히 일 년에 두 번뿐인 명절, 추석과 설날만 되면
일년치를 해치우듯(?) 먹었다.
그 날 먹은 음식을 한 페이지 넘게
일기에 쓴 적도 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욕구불만이었던 듯 싶다.
솔직하게 말하면 부모로부터의 애정결핍이다.
두 분은 늘 싸우셨다.
그래서 빨리 도망치고 싶었고
어떡해서든지 벗어나야 했다.
그게 바로 결혼이었다.
그러나 늘 허허로웠다.
아무리 먹어도 허기졌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먹질 못했다.
늘 주머니는 가벼웠고
아이는 울고 보챘으며
남편은 끝없이 방황했으므로....
그 허기가 주는 슬픔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무렵, 엄마가 다녀가셨다.
그리고 부엌 찬장 밑에 넣어둔
꼬깃꼬깃한 5만원....
'너 머꼬 시픈거 사머거라'
맞춤법이 엉망인 엄마의 글씨,
그 삐쭐빼뚤한 글씨가 내 눈을 후벼팠다.
그리고 나는 그날 밤 내내 배갯잇을
적시며 다짐했다.
다신 울지 않으리라, 그리고 그 새벽
미명속에서 꾸역꾸역 밥을 밀어넣었다.
먹는다는 기쁨 혹은 희열..
삶의 필수요소인 동시에 서글픔..
그날 눈물에 밥을 비벼먹고 나서야
조금은 생에 대해 알것 같았다.
그 이후 식탐에 대한 욕구는 현저히 줄었지만
가끔은 무지막지하게 먹고 싶을 때도 있다.
아직도 남아있는 욕구의 잔재이리라.
다시 명절이 다가온다.
배가 고프다고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는
내 욕구..
주머니가 가볍다는 증거라고
헛웃음 쳐본다.
가끔 마시는 블랙커피가 이 生처럼 쓸까?
어찌 쓴 것이 커피뿐이랴...
노고지리-찻잔
강산에 - 블랙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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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커피
조은비
2007.09.17
조회 35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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