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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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하던 날
최연심
2007.09.17
조회 17

하늘의 구름도 낮게 드리운 날.
오랫만에 아버지를 뵈러 아침 일찍 길을 떠났다.
말끔히 이발을 시켜드리고 싶어서였다.
유난히 인물도 수려하시고,
성격도 깔끔하셨던 말이 없으시던 아버지.
덮수룩한 아버지의 모습을 단장하기위해 길을 떠나려니,
이른 아침이면 전지가위를 들고 정원에 나가셔
묵은가지를 쳐내시고 애정을 가지고 나무를 가꾸시던 모습이
생활속의 묵은 영상이 되어 떠올랐다.

우리집에서 1시간 거리밖에 되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 있어도,
돌아가신분과 살아남은 나의 길이 틀려
자주 찾아와 뵙지 못함이 항상 죄송하였다.
그래도 마음안 소중한 곳에 따스함으로 자리잡은 아버지...
가끔은 잊혀지지 않는 기억속에 살아있는 향취를 느끼고.
영혼의 대화를 나누던 아버지...
고른 치아가 유난히 반짝이던 아버지의 웃음이
축축한 가슴에 낮게 젖어 들었다.

초롱거리는 산새들의 아침인사를 맞으며,
묘소앞에 다다르자 키작은 황금편백과
우아한 자태의 분홍빛 목백일홍이 나를 반긴다.
돌아가신지 10년이 되어 이제는 산이 되어버리시고
자연의 일부분이 되어버리신 아버지...

그토록 좋아하시던 자연속에 누워
푸르른 하늘과 뭉게구름도 바라보시고 ,
부드러운 햇살속에서 계절마다 꽃이 피는 소리도 들으시고
새들과 맑은 소리도 대화도 하시며
영원속에 머물러 계시리라 생각하였다.

예초기의 소리가 마치 꿀벌의 윙윙거림이 되어
온산에 퍼지고 있었다.
쇠스랑으로 깎은 잔디를 긁어내는 일도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노동의 신성함을 일깨워 주었다.

벌초를 끝내고 말쑥한 모습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모습을 뵈니,
기분좋으신 웃음으로 생전에 받은 무한한 사랑을
다시 보내주시는 전율을 느꼈다.
사랑하는 내 딸아....고마웁다...
가볍게 안으시고 톡톡톡 엉덩이를 가볍게 도닥이시는것 같았다.
나는 행복한 미소를 띄며 슬며시 눈을 감았다.
아버지의 사랑을 온몸의 촉수로 느끼고 싶어서였다.

아버지!!
오늘같은 날은 불현듯 아버지의 노래가 듣고 싶어지네요.
생전에 단 한번 밖에 듣지 못했던 그 노래가.
저의 결혼식날 기분 좋으신 목소리로 부르시던 아버지의 애창곡이 듣고 싶어져요.
울고넘는 박달재 그 노래가.....

"천둥산 박달재를~~~~~~~ 울고넘는 우리임아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비에 젖는구려
왕거미 집을 짓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울었소 소리쳤소 이 가슴이 터지도록...."

아슴프레한 기억속에서도 낭낭하던
아버지의 노래가 귓가에 머무르고 있었다.


김경호/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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