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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이명숙
2007.08.14
조회 47
윤희님,
전 다행이란 말을 무척 좋아해요.
살아가며 겪게 되는 많은 일들에서
그래도 이만하니 다행이다. 싶은 경우 많잖아요?
오늘 아침이 그랬다니까요~^^
남편에게 올 여름엔
‘언제 휴가냐고? 어디로 갈 것이냐고?’묻지 않았어요.
봄부터 하는 일이 잘 되질 않아서
여름이 깊도록 한숨을 곧잘 쉬었거든요.
저녁마다 땀으로 축축이 젖은 양말을 벗어놓고,
식성 좋은 사람이 입맛 없다며 밥을 남기고,
시들해진 눈을 감으며 누에고치처럼 둥글게 몸 말고 자는 모습...
너무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남편은 아니었나 봐요.
그래도 그렇지, 하며 왜 묻지 않았냐고?
어디 가고 싶은데 없었느냐며 서운해 하더군요.
‘당신을 배려해서 그런 거예요.’ 말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어요.
어쩌면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일지도 모르겠기에....
하지만 그게 아니잖아요?.
살면서 항상 좋을 때만 있는 게 아니듯이
힘들 때나 슬플 때 아플 때에도 함께하자고 약속했던 결혼 아니던가...
싶어서 슬몃 화까지 나더라고요.
슬금슬금 하고픈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을 떠올리는 내내 밖엔 하염없이 제 마음 닮은 비가 내려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날씨가 이런데 어딜 가겠어요? 가봤자 고생만 잔뜩 하지~”
했더니 남편 표정이 환해지더군요.
“그래 맞어, 몇 년 전에도 우리 날 궂은데 떠났다가 고생만 실컷 하고 왔잖아?”
금세 아이처럼 밝아지는 남편...
밖을 보니 오늘도 종일 비가 내릴 것 같네요.
저 비가 얼마나 위로가 되는 지?
참 다행이다 싶어요.
덕분에 크게 싸우지 않고 우리 부부 말다툼도 여기서 멈추고,
어디 안 가냐고 조르던 두 아이도 이젠 체념을 했거든요.
오늘따라 빗소리가 유난히 정답게 들리네요.
마치 왈츠처럼...요~^^
다행이다 / 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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