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 게시판 성격 및 운영과 무관한 내용, 비방성 욕설이 포함된 경우 및
  기명 사연을 도용한 경우 ,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 수 있습니다.
* 게시판 하단, 관리자만 확인할 수 있는 [개인정보 입력란]
   이름, 연락처, 주소 게재해주세요.
* 사연과 신청곡 게시판은 많은 청취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사적인 대화창 형식의 게시글을 지양합니다

서른 즈음에
위수경
2007.08.10
조회 31
9월 1일
마지막 남은 친구 미영이마저 결혼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그래? 정말 축하해 너무너무 잘됐다. 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은 여간 쓰리지 않더군요.
수화기를 내려놓고 책상 앞의 거울을 봤어요.
봄에 한 웨이브 파마가 풀려서 고무줄로 질끈 묶은 머리...
눈가에 드러나기 시작한 주름자국, 탄력을 잃은 피부...
그럴 수밖에요, 계란 한판을 꽉 채운 나이니까요.
드디어 서른, 내 꽃다운 청춘은 이렇게 저무는구나...
한없이 두렵고, 쓸쓸하고, 슬프고, 서글프고, 말로 다 형언할 수 없는 비애감에 젖었던 2007년 첫날이 생각나요.
부지런한 엄마는 새벽에 일어나 한솥 가득 떡국 끓여 놓고 세배하러 온 큰언니네, 작은 언니와 오빠네 식구들을 다 깨우고는 제 방으로 오셔서 한참을 그냥 서계시더군요.
잠든 척, 누워있는 저를 보며 한숨을 길게 쉬면서 말이죠.
평소같으면 '시집가라고' 혀를 차며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셨을 텐데 새해 첫날이니 참으셨던 모양이에요.
"어여 일어나 떡국이나 먹어" 하시고는 방문을 닫고 나가셨죠.
그런 엄마의 뒤에 대고 올해 꼭 막내 사위 얻게 해드릴께요...
큰소리를 쳤지만 여름이 깊어가도록 제 옆엔 아무도 없네요.
그래도 지금은 여름이라 다행이에요.
왜냐하면 봄이 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청첩장을 보며 아버지마저 한숨을 푹푹 쉬셔서 본의아니게 전 죄인이 되곤 해요.
"이번달만 해도 축의금이 20만원이다. 다들 하나같이 제 짝을 잘도 찾아오던데 넌 언제 데려올껴?."
친구분 자제들, 친목회 회원들 애경사에 다녀오신 날 습관처럼 내쉬는 한숨과 함께 내뱉는 엄마의 넋두리...
"지금까지 낸 축의금 본전이라도 찾게 해주라 응?."
설상가상...아버지의 말이에요.
이젠 세월가는게 두려워요.
어렸을 땐 어서 어른이 되었으면 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한살 먹는게 두렵고 이젠 계절이 바뀌는 것조차 무서워요.
아직도 바보같이 그사람을 못잊는 내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하고...
그때 입은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았는데 제 마음은 몰라주고 자꾸 결혼을 재촉하시는 엄마아빠가 원망스럽기도 해요.
이제 곧, 가을일텐데....
금세 단풍 들고 낙엽 질텐데....
아! 어쩌지요?
저무는 해를 보는 저녁즈음이면 제 마음은 한없이 쓸쓸해져요.
그렇지만 어딘가,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인연이 저를 찾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작은 위로를 해요.
이제 곧..집을 향해 퇴근해야 할 시간,
오늘따라 서쪽 하늘이 유난히 붉네요.
제 마음도...눈도 붉어질 것 처럼....요.

김광석 : 서른 즈음에
부탁드려요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