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의,
애인
이웃 마을에 살던 그 여자는
내가 어디 갔다 오는 날을 어떻게 아는지
내가 그의 마을 앞을 지날 때를 어떻게 아는지
내가 그의 집 앞을 지날 때 쯤이면 용케도 발걸음을 딱 맞
추어가지고는
작고 예븐 대소쿠리를 옆에 끼고 대문을 나서서
긴 간짓대로 된 감망을 끌고
딸가닥딸가닥 자갈돌들을 차며
미리 내앞을 걸어 갑니다
눈도 맘도 뒤에다 두고
귀도, 검은 머릿결 밖으로 나온 작고 그리고 희고 또 이쁜
귀도 다 열어놓고는
감을 따러 갑니다
커다란 느티나무가 저만큼 서있는 길
샛노란 산국이 길을 따라 피어있는 길
어쩌다가 시간을 잘못 맞추는 날이면
그 여자는 붉은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를 높이높이
올라가서는 감을 땁니다
월남치마에다빨간 스웨타를 입은 그 여자는 내가 올 때
까지
소쿠리 가득 감이 넘쳐도 쓸데없이 감을 마구 땁니다
나를 좋아한 그 여자
늦가을 시린 달빛을 밟으며 마을을 벗어난 하얀 길을 따
라가다 보면
느티나무에다 등을 기대고 달을 보며 환한 이마로 나를
기다리던
그 여자
내가 그냥 좋아했던 이웃 마을 그 여자
들 패랭이 같고
느티나무 아래 일찍 핀 구절초 같던 그 여자
가을 해가 이렇게 뉘엿뉘엿 지는 날
이 길을 걸으면 지금도 내 마음속에서 살아나와
저만큼 앞서가다가 뒤돌아보며
단풍 물든 느티나무 잎사귀같이 살짝 낯을 붉히며 웃는
웃을 때는 쪽니가 이쁘던 그 여자
우리나라 가을 하늘같이 오래된 그 여자
이런 여유로운 사랑은 다 물건너 간건가???
기타치며 해변가에서 캠프 화이어 하는 것도 없어졌다는 세상.
너와 나 사이에 이해득실을 따져 사귄다는 젊은이들.
그런 가운데도, 앞날을 보는 젊은이는 있겠지요.
인정이 넘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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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희님, 제 애인, 시에, 오해는 마시고
곽춘성
2007.07.08
조회 16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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