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그 사건이 있기 전, 우리 가족들은 부러울 것 없이 평범한 행복을 누렸죠.
IMF 끝 무렵, 큰언니네 사업이 기어이 부도를 맞게 되었고 그 여파는 우리 집에도 적잖은 피해를 줬어요. ‘부자는 망해도 3년 간다’는 말은 그야말로 옛말이 되었고 큰언니 식구들은 차마 친정으로 오지 못하고 고시원에서 생활해야 했어요. 보증인이 되어 언니네 어마어마한 빚을 떠안게 된 식구들은 미처 어린 조카들을 돌볼 생각도 못했어요. 하나를 처리하면 또 하나, 그것을 처리하면 또 하나...원망과 눈물, 걱정과 분노로 뒤범벅된 생활로 정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죠.
어느 정도 그 일이 해결되니 이번엔 아빠 건강에 문제가 생겼어요.
폐암 4기.
늘 유쾌하시고 재미있으셨던 아빠는 우울증 때문에 점점 말을 잃어가셨고 그렇게 1년을 우리 곁에 더 머물다 돌아가셨어요. 돌아가시기 전 날, 아빠의 트레이드 마크셨던 환한 웃음과 ‘밥은 꼭꼭 챙겨 먹어라’는 말씀을 남기시고 우리 곁을 떠나셨어요.
아빠 장례식 때 큰언니는 자신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차마 소리 내어 울지도 못했어요. ‘어쩌면 좋아’만 되풀이며 죄인이라며, 고개도 들지 못하고 말예요. 막내인 제게 특히 미안해했죠.
전 그 후 진로를 바꿔 정신치료를 전공하게 되었고, 지금은 언니네도 많이 안정되어 웃으면서 잘 살고 있어요.
10년 동안 우리 가족은 무엇을 잃은걸까요?
꽤 오랫동안 언니나 형부를 정말 많이 원망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린 아무것도 잃은 것이 없네요. 오히려 예전보다 더 튼튼해진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었으니 말예요.
혹시라도 우리에게 더 큰 시련이 오더라도 마치 전쟁터를 헤쳐 온 영웅처럼, ‘아무 것도 아니야’라며 견딜 수 있는 힘도 얻었어요.
앞으로도 우리 가족은 서로의 진심을 알아주며 아빠가 마지막으로 보여주신 환한 웃음으로 세상을 넉넉히 견디어 가겠지요.
사랑합니다. 엄마.
사랑해요, 나의 가족들.
오늘따라 김광진씨의 ‘진심’이라는 노래가 듣고 싶네요.. 이 노래 들으면서 참 많이 울기도 했고 용기도 얻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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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고백
박지연
2007.05.30
조회 31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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