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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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우산.
혜봉
2006.05.22
조회 50
오후 2시쯤 눈을 뜨니 머리는 띵하고, 집안은 컴컴했다.

그리고..

빗소리가 났다.

학교갈 준비 시작,
화장은 생략하고 야구모자를 눌러썼다.

"누나..나 군대가면 절대 이쁘게 하고 다니면 안돼."

신발을 신고보니, 이런...
동생들이 우산을 다 들고 나가 버렸다.

여기저기 뒤져보니, 검은 색 3단 우산이 나왔다.
1층 현관에서 우산을 펴 들었는데,
아....참.
심하게 부러진 우산살 두 개..

시간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구겨진 우산을 펴들고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좀 쳐다보는 듯 했지만,
가만히 올려다보니,
옛날, 개구리 왕눈이랑 여자친구가 빗속을 쓰고 다녔던
커다란 풀잎우산처럼 평평했다.
나쁘지 않네...

수목원 가는길에, 작은 연못에서 봤던 물고기들이 생각났다.
"아..저 빨간 물고기 좀 봐..너무 징그럽다."
"난 누나가 징그러운데?"

구겨진 우산을 쓰고, 너무 웃음이 나서 허리가 굽었다.

남자친구에게 편지를 썼다.

비 내리던 날, 사람들이 일제히 입구쪽으로 빠져나가는 서울대공원에서, 우리는 우산도 쓰지 않은 채, 좋아라 웃으며 바보들의 행진을 계속했었지.

구겨진 우산이 부끄럽지 않았던 건,
이런 나를 봤다면, 분명 귀엽다며 웃어줬을
니가 있기 때문..

다음번엔 일찍 일어나서
예쁜 우산을 맡아야 겠다.

구겨진 우산은,
두 번째엔 좀 청승맞을 것 같아.


신청곡,
The Beatles
"Across the uni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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