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수영가던길부터 꾸준히 비가 내리고 있네요
이비가 왠지 20년전 일을 생생히 생각나게 합니다.
단지 산이 좋아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좋아
정신없이 등산을 다니던 때가 있었습니다.
대학시험에 떨어지고 취직을 해서 회사를 다니던
저는 첫 휴가를 받고 대담하게 지리산 천왕봉
산행을 계획했습니다.
새벽에 용산에서 통일호 열차를 타고 밤새 달리던
기차는 새벽3시 50분쯤 익산역에 도착했고 또다시
남원을 가는 열차로 갈아타고 새벽 6시가 안돼 남원역에
도착했습니다.
그날도 새벽부터 비가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뛰엄뛰엄 삼삼오오 모여서 역대기실에서 버너를 피고
라면을 끓이는가 하면 싸늘한 의자에서 움크리고
잠을 청하기도 했습니다.
처음 멀리 집을 떠나온 저는 모든게 두려움 반 신기함 반
그 무리들 사이에서 누구하나 아는척 해주는 사람도 없는데
마치 같은 무리인듯 섞여 한사람한사람 예의주시하며
첫차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아주 옇은 해가 구름을 삐집고 나와 겨우 윤곽만 알아볼수 있을쯤
버스양옆에 빨간색으로 두줄이 칠해져있는 여객이 오자 모두들 짐을
챙겨 서둘러 차를 탔습니다.
한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지리산의 가장 단코스라고 하는 백무동에
도착을 했고 비옷을 챙겨입고 걷기시작했습니다.
등에는 텐트와 식사를 할수있는 도구와 쌀 라면등을 하나가득
지고 골짜길를 따라 오르고 또 올랐습니다.
그동안의 쌓였던 모든 생각들을 떨쳐버리자고 왔던 산이었건만
정상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비가 와도 비가 오는줄 모르고
다리가 아픈지 감각도 없이 그저 걷고 오르고 걷고 그렇게 해서
6시가 돼서 산장에 도착을 했습니다.
다행히 혼자 오셨던 여교수님이 한분 계셔서 텐트를 나란히 치고
하루밤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새벽 천왕봉에 올라 떠오르는 태양을 본순간 제 숨은 멈춘듯
했습니다..
가슴깊은곳에서부터 올라오던 그 뭉클한 감정이 머리끝까지 올라
쏴하게 차가운 느낌을 저를 잠시 무아지경에 빠지게 했습니다.
그렇게 저의 가장 멀었던 첫 산행을 마치고 서울에 도착해
이틀을 잠속에 빠졌고 그뒤로도 보름이상을 제대로 앉지도 서지도
못하면서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긴장이 풀리면서 그랬던거 같습니다.
잠에서 깨어났을때 어머니는 얼마나 걱정을 하셧는지 말씀도 않고
계속 울기만 하셔서 제 맘이 더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처럼 휴대폰이 있는것도 아니라 메모한장 남겨놓고 도망가듯
갔던 산행이라 더 걱정을 하셨던거 같습니다.
요즘아이들은그때처럼 형제도 많지않고 공부에 치여 늘 시간이 모자라지만 아이들과 가끔 산을 탑니다.
열심히 산을 오르는 아이들을 보면서 요즘 걱정하는 게임이나 이런것보단 이렇게 산을 오르면서 심신이 건강하게 바르게 자랐으면 하는 욕심을 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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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호 열차를 타고...
권연옥
2009.03.13
조회 34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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