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프라우에서 딸과 축배를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 더니 지난 11월 29일에 스위스 융프라우에서
결혼 48주년 기념을 위해 독일에 거주하는 딸과 어렵게 만나 축배를 들었다.
꽃보다도 곱스런 아릿다운 아내는 세월로 화장을 하고 하얀 단풍이 곱게 물든
노파가 되어 연기를 하듯 다른 사람이 되어 옆에 앉아 하얀 빙설의 산야를 내다 보았다.
아릿다운 아내가 저리 곳감 같이 쪼글쪼글 주름이 진 여인이 된 것은 세월탓이 10%
이고 나머지는 모두 나의 못난 탓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잘 살고 있는 소유물은 아내의 고운손이 거친손이 되면서 마련한 짜디짠
소금보다 짙은 눈물이 변화된 인증물이다.
오스트리아에 한 호텔에서 코를 골며 자는 칠순 중반의 아내에 모습을 볼때면
나는 중죄를 진 가장 큰 죄인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26세에 혼인하면 서 부터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면서 이사를 13번이나 하며
그것도 전세가 아닌 월세로 그 월세는 보증금 마져 없는 월세로 단돈 5천원으로 1977년
부터 속초에서 3년을 넘게 살다가 강릉을 찾아 오면서 혼인 13년만에 18평형 연립주택으로
20년거치 상환하는 대출 30%를 받아 겨우 명의만 바뀐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마련했다.
4남매의 큰 며느리로 시집을 왔기에 어려운 내 살림을 하랴 시부모 모시랴 막내동생
학비까지 부담을 했으니 그 고충을 하소연 한다면 아마 밤이 새도록 소설 몇 권은 엮을 것이다.
아내는 고생 끝에 꿈같이 이사 하는날 "이젠 집주인 눈치 보지 않겠네" 라고 했다.
한 많은 세월이 주마등같이 지나갔지만, 아내한테 마음만 이라도 편히 해 준 적이
없고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꽃바구니는 커녕 고생했다고 지나치는 말이라도
해 준 적이 없었다. 어찌보면 목석같은 남편한테 시집을 와 일만하다 칠순 중반의
노파가 된 셈이다. 그래도 남편이란 명목을 한 것은 8년전 40주년 결혼 기념일에
고작 백두산 여행한 것 뿐이다.
아내는 처음 함께한 여행이라 좋아한건지 내 체면을 보느라 좋아한 척
한건지 종종 지인들에게 전화로 그림 같은 천지를 보았다고 자랑을 했고
자식들에겐 너의 아버지덕에 2744m 백두산까지 다녀 왔다고 자랑아닌 자랑을 하는
것을 볼 때면 괜히 부끄럽기까지 했다.
여보 이리 내 집 가지고 아이 둘 혼인시키고 남부럽지 않게 잘 사는 것은
모두가 당신의 소금 보다 더 짠손으로 엮은 고생한 공이니 너무 고맙다고 맨정신에는
겸면쩍어 말을 못하지만 막걸리 한잔 먹으면 고맙다교 말을 하곤 한다.
내가 이 생에 잘한 것 하나 있다면 당신이란 멋진 천사를 만난 것 아닌가 여겨 진 다오!
어찌됐든 지나온 시간은 고역의 역사이나 앞으로 다가올 미래 역사는 오직
당신의 편에서 무엇이든 해 주고 싶으니 다소 원통하고 손해 보았다고 하더라도
좀이나 이해 하면서 건강을 잘 챙겨 못한 것 이루며 살아봅시다.
앞으로의 심술쟁이는 건강 뿐이니 고장이 난 몸을 잘 수리하고 맘을 잘 다스려서
못해준 것 속속들이 잘 알고 있으니 하나하나 성냥개피 쌓아올리듯 죄 많은
이 못난 이 남편을 용서하며 살아 주었으면 고맙 겠오
상상만 해도 지난 48년 간의 기나긴 세월이 꿈만 같이 여겨 진다오
친손 넷. 외손 둘 손주 여섯을 둔 하얀머리 아내한테 꼭 전할 말은
당신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사는 날 까지 오직 당신을 위해 살겠오
여생 얼마나 남은지는 모르지만 아니 외국여행 몇번이나 더 할지 모르지만
영국 엘리자베스 궁 앞에서 하얀 백발의 부부가 손을 맞잡고
하늘을 보며 맹서를 했다.
이번 결혼 48주년 기념여행은 딸과 사위와 함깨 축배를 올렸으니
앞으로 행운이 5대양 같이 펼처지기를 기원 한다.
신청곡
첫사랑 --나비효과
이건원 , 강원 강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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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프라우에서 딸과 축배를
이건원
2025.12.03
조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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