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아내에게 보내는 글입니다.
차용훈
2010.01.18
조회 95
아내에게 썼지만 보내지 못한 글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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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좋은 이유는 들에 핀 국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고, 여름이 좋은 이유는 담벼락에 얽히고설키며 피어난 덩굴장미의 향기가 있어서이고, 봄이 좋은 이유는 산야를 덮고 흐르는 색깔과 생기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겨울이 되어서야 좋은 것들이 생각나는 이유는 겨울에 좋은 것들이 없기 때문이지요.

언제인지 모르지만 오래된 사진을 보려니 흐릿해진 눈으로 돋보기로 보아야만 볼 수 있음에 당신이 더 보고 싶어졌습니다. 선명하게 볼 수 있을 때 보아두어야겠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우리가 만날 수 없는 이유가 뭘까요.
돈 때문에? 거리 때문에? 아니면 멀지 않은 좋은 장래 때문에?
코를 훌렁거리며 당신의 냄새를 기억해 보려지만 블랙홀에 빠져버린 듯 맡아지지 않는 현실이 무척이나 나를 슬프게 합니다.

Malibu Beach에서 부른다고 들릴 것도 아니기에 타는 내 속내를 무엇으로 식힐 수 있을는지. 이러다 당신이 있는 방향조차도 가름하지 못하는 고장난 나침반이 될 것 같은 심정이 나를 또 슬프게 합니다.

당신은 왜 혼자입니까? 그러는 나는 왜 혼자일까요.
우리는 왜 혼자여야 하고 그리워하고 눈물을 닦아야 하는지. 기뻐도 슬퍼도 아파도 즐거워도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 하리라 서약했는데 왜 그렇게 할 수 없는지.

행여 ‘조금만 더’라는 바벨탑을 쌓는 이들처럼 이러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1.12일 가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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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LA에 와 있습니다.
떠난지 2달이 되는 날에 쓴 글입니다.
아내에게 들으라고 하고 싶은데 가능하다면 시간을 문자로 보내주시면 합니다. 로밍을 해 와서 통화는 안되거든요....아내가 5시가 넘어야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청곡은 박종호님의 아내를 위하여 작곡하고 부른 "당신만은 못해요"곡을 선택합니다.

*** 유가속 가족들중 남편들에게 "일년이라도 젊을 때 아내를 더욱 사랑하라는 당부"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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