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렀다고 요리까지...
이혜정
2009.11.15
조회 52




혹시, 부모님께 "어떤 음식을 제일 좋아하세요?" 내지는

"드시고 싶은 음식 뭐 없으세요? 뭐든지 오늘은 제가 살께요~"

란 얘기 얼마나 해보셨는지...

제가, 이런 저런 이유로 사업 한답시고 밖에서는 당연한 비즈니스라고 남한테는 대접했던 음식들...

가만히 생각해보면 평소 우리집에선 잘 사먹지도 못했던 음식들인데 싶은 경우가 있잖아요.

그래서 어느날 문득, 아~ 예전에 그 요리 우리 부모님은 드셔보셨을까? 좋아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어 여쭤보면..

아시죠? 어떤 대답 나올지...

"그게 뭐냐?" 하고 오히려 물어보시더군요.

역시나...

흠... 이건 아니다 싶어서

"엄마, 아빠... 오늘은 내가 제대로 쏠꺼니까...드시고 싶은거 뭐든지 말씀해보세요~" 이랬더니

"뭔 보너스 생겼냐? 갑자기 왜그래?.. 그럼 라조기나 사줘...

옛날 너 임신했을때 처음으로 맛있게 먹어보고 지금까지 안먹었네."

그러시길래... (속으론, 에혀.. 비싼것도 아닌데.. 겨우 그거... 하면서)

바로 주문해습니다.

조금 뒤 배달되어온 라조기...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크셨는지...

"이게 뭐냐. 순 밀가루에 전분이고 닭고기살은 거의 없고.. 사기다~"

그러시데요. 돈 아깝다고 실망이라고 어디 신고라도 하고 싶다 하실 정도로 난리가 아니셨습니다.

"옛날엔 닭 한마리 하나하나 부위별 조각내서 1차 튀기고 야채가 섞인 녹말옷 입혀 또 한번 더 튀겨 매콤 새콤 달콤한 소스 곁들인 맛있는 음식이었는데..."

"세상에, 지금 온건, 이게 뭐냐...밀가루만 잔뜩 입혀서 고기 거의 없고... 영 아니네~" 등등.

"돈이 아깝다, 가슴 아프다..." 하실 정도였거든요.

오히려 제가 너무 변명할 말이 없을 만큼 돈 쓰고 욕 먹은 음식이 됐습니다.

이건 뭐... 전적으로 제가 음식점 잘못 고른 탓(?)으로 넘겼지만 그보다는 내가 너무도 무심하게 살아왔다는 느낌에 더 죄송했습니다.

진작에, 잘 못챙겨드렸기 때문에... 몰라서 생긴일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그래... 이런게 불효지... 라는 말이 입 안에 돌았습니다.

또 하나의 실수에 대한 댓가로 다른 큰 하나를 배웠습니다.


신청곡 : 나훈아 -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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