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외출..(영재의 생각대로)
김미숙
2009.10.09
조회 40
시골 들녘은 풍요로운 황금빛 물결로 출렁거리고
산천은 온통 붉은색으로 붉게 물드는 피부 깊숙히 저녁 찬 바람이
계절을 느끼게 합니다.
잠자리는 바쁘게 날아다니며 계절의 색을 입은 모습이 이제곧 가을
걷이의 모습과 함께 살아져 간다고 생각하니 쓸쓸함이 더해져 갑니다.
가을은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조용히 우리 곁으로 닦아 왔건만,
하루 하루 변해져 가는 할머니의 야윈 모습은 커다란 기다림을 낳게 한다.
80평생 병원의 문턱에도 가보시지 않았던 할머니께서
갑자기 중풍에 치매까지 오시게 될 줄 이랴! 뜻하지 않은 소식에
놀라움을 금할길이 없었습니다.
손자 손녀들의 밥상까지 차려 주시느라 고생만 하시다 결국 힘들게
가시는 것은 아닌지! 뵐때마다 달라지시는 모습에 마음이 철렁 내려
앉습니다.
흰머리 희큿 희큿 날리시며 힘없이 의자에만 하루종일 걸터앉아
무슨 생각을 그리도 하시는지! 아이같은 표정으로 가을 하늘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뒷모습은 여전히 쓸쓸해 보였습니다.
살아생전 유난히도 저를 예뻐해주셨는데. 그동안 잊고 지냈던 일들을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듯 많은 반성들이
머리속에 스쳐 지나 갑니다.
얼마전 할머니께서는 온종일 다른 말씀을 하시다가도 불현듯 정신이
맑아지시면 그 지난날들을 다 기억이라고 하고 계신듯 제 손을 붙드시며
목놓아 우시곤 하시는데. 할머니! 당신은 그렇게도 하고 싶은 말이 많
으신데.표현할 길이 없음을 서러운 눈물로 대신하는듯 해 보였습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가방을 풀렀다 쌌다를 반복하시기를..
용돈이라도 드리면 꼭꼭 숨겨놓으시고.행여나 놓은 자리를 잊어 버리
기라도 하시면 무엇이 그리 불안한듯 아니면 노자돈 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자꾸만 한푼이라도 챙기시는 모습을 통해
할머니와의 같이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싸해져 옵니다.
평생을 멀미로 좋은곳 한번 못 다녀 보시고,
하물며 기운이 없으셔서 목욕탕 한번 못 다녀 오시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것 같아서 목욕탕에 모시고 갔습니다.
주름진 골 사이로 할머니의 땀 냄새와
앙상해지신 뼈 마디가 세월의 흔적처럼
고생한 인생의 고단함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동안,병상에만 누워계시느라 개운하게 목욕한번 못하시고
괜실히 남들 눈을 의식했던 할머니를 생각하며 정성스레
목욕을 시켜 드렸습니다.
활짝 웃는 할머니의 모습을 뵈니 정작 할머니한테 필요한게
무엇인지 이제서야 깨우치게 된것 같아 더 큰 미안함이 밀려왔습니다.
감정의 굴곡이 깊어져서 좀전의 일도 잊어 버리고
실수를 거듭하지만, 그레도 할머니의 마음속엔 오늘 하루가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할머니의 희미한 웃음소리가 벼 잎 사이로
춤을 추듯 제게로 닦아오는 듯 합니다.
삶의 한 모퉁이에서 가을이 어김없이 닦아오는 것처럼..
먼 훗날 인생의 어느 가을날 속에 할머니와 함께한 추억들이
잊혀지지 않아서 언제나 미소 짓게 할 수 있는 의미로 남아
내년 이마때에도 할머니와 같이 목욕탕에 자주 갈 수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신청곡 :먼훗날--김만수 / 기억속으로--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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