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_ 아내의 실수
김현일
2009.09.18
조회 24
아내가 잡채를 해야 하는 추석이 다가왔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송편은 하지 않아도 꼭 잡채를 드시는 분이시니 어머니는 열일을 제치고 꼭 잡채를 하시곤 했지요 그러다가 며느리를 맞이하셨으니 그 번거로운 잡채를 며느리에게 맡기겠구나 싶어서 좋으셨던지요 차근차근 재료를 준비해놓고 그냥 훌떡 나가버리셨습니다.

옆 집에 같이 운동하시는 어르신이 계시는데 그 분이 적적하게 홀로 하시는 지라 어머니를 불러 이야깃거리라도 좀 들어보시고자 늘 전화를 하시는데 아버지가 못나가게 하시니 그것이 짜증스러우셨다가 우리 부부가 찾아가니 이때닷 싶으셨던지요
그 길로 그냥 나가버리셨답니다.


아내도 뭐 요리 솜씨가 좋다면야 그것을 금세 해버리겠지만
생전가야 요리같은 것은 관심도 없던 사람이 덜컥 어머니로부터 맡겨진 잡채라는 집이 부담스러웠는지~
땀을 뻘뻘 흘리더라고요~!

제가 좀 돕고도 싶었어도 그걸 어떻게 하는지 알 수가 있습니까?

옆에서 이렇게 해봐 저렇게 해봐 하면서 부산을 떠니 결국
아버지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비켜봐라 하시며

손수 잡채를 만드시는데 와 저는 우리 아버지의 전직이 과연 뭐였을까 우리 형제들에게 몰래 감추셨던 화려한 요리사의 경력이 있는게 아닐까
싶게 진짜 척척척 칙칙칙 냄비를 돌려대시는데 진짜 멋과 맛이 있었습니다.



결국 첫명절로 맞는 추석에 아내가 음식을 만드는게 아닌 아버지가 팔 걷어부치고 일을 하셨고 마실가셨던 어머니는 밤 늦게나 오셔서 아버지가 난생 처음 만들어놓으신 잡채를 드시면서 하하호호 웃으셨답니다.

'아버지 언제 그렇게 잡채 만드는방법을 아셨어요?"
라고 물으니
'늬 엄마를 가르친 사람도 나다 그걸 못해서 쩔쩔매는데 아니 그 쉬운 걸 그렇게도 못한다냐? 뭐든 감이 있어야 해 감"
하시던 우리 아버지..
그 아버지의 잡채 요리를 이번 추석에 맛볼 수있을까 싶네요
장암 수술을 받으시고 너무 건강 상태가 좋질 못하니 아들로서 참 걱정이 됩니다.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