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찬희오빠와 케익
정현숙
2009.09.15
조회 34
안녕하세요?
추석 이벤트를 접하고 곰곰 생각해보니까, 정말로 잊을 수 없는 고마운 추석선물이 있기에 다시 이 난에 소개합니다.

부산에서 대궐같은 집에 살 때에는 자동차와 그 자동차를 운전하던 기사가 있었어요.6.25 때 가족을 잃고 고아로 지내며 어떤 기회에 운전기술을 배웠다는 청년으로 이름이 찬희였는데,부모님은 이름 그대로 불렀지만,저는 찬희오빠라고 불렀답니다.

우리 아버지 역시 형제가 없는 독신이라 고아인 찬희오빠를 단순히 운전기사로만 대우하지 않고,가족의 일원으로 여겼지요.그래서 오빠도 우리 어머니를 형수님이나 숙모처럼 따르며 배우자 중매도 서달라는 둥 살갑게 대했어요.

그러다 아버지 사업실패 후 빚이 산더미처럼 쌓이자, 찬희오빠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중소기업 사장님 차를 몰고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헤어지며 서로 굉장히 아쉬워했지요.

찬희오빠가 떠난 다음해 우리는 수도도 없는 달동네로 이사를 갔는데,그해 추석에 찬희오빠는 아버지 셔츠와 커다란 케익 한 상자를 우리집에 추석선물로 보내주었습니다.

주소도 모르는데,찬희오빠는 우리 큰오빠가 다니는 중학교 앞에 하교시간에 맞추어 기다렸다가 선물꾸러미를 안기고 돈까지 주며 택시를 태워서 집에 보내주었다는 겁니다.

우리 어머니는 그 선물을 받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자기가 모시던 주인의 추석빔과 함께, 그렇게 잘 먹던 아이들이 명절이 와도 먹을 게 없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커다란 상자의 케익을 보내준 찬희오빠의 마음씀씀이에 어머니는 감격해서 우신 거지요.

우리 삼남매는 그 케익을 앞에 두고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졌어요.아버지 사업실패 후 처음 보는 케익이였거던요.

막상 추석이 되어서 당숙모나 종고모들이 놀러와서 접시에 큼지막하게 담긴 케익을 보고 눈이 호동그레졌어요.가난한 집에 뭔 케익? 하는 심정들이었겠지요.그래 찬희오빠가 보냈다니까,젊은이의 타인을 배려하는 깊은 속마음을 알아차리고 다들 칭찬일색이었죠.

아, 이제 40년 전 일이니 그 찬희오빠도 회갑을 지난 나이가 되었을 것같군요.우리 가족 전체가 그 오빠를 그리워했지만 가난하고, 아버지를 잃고,서울로 오는 바람에 그때 이후 소식을 모르는데,혹시 이 방송 들으면 찬희오빠! 우리에게 연락해주세요. 이 세상 그 어느 선물보다 오빠가 그때 우리에게 보낸 케익이 가장 귀한 추석선물이었답니다.고마워요.

신청곡
세상 가장 밝은 곳에서 가장 빛나는 목소리로-유익종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조용필
준비없는 이별-녹색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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