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이정은
2009.02.20
조회 29
동문 체육대회가 있던 날, 선배가 그날 오후 빌려왔던 음향기기로 다 같이 모여서 노래하자는 통에, 마지못해 시켜서 부르게 되었던 노래. 휘버스의‘가버린 친구에게 받침’하필이면, 그날 내가 왜 그 노래를 불렀을까 하고 종종 생각했다. 만약 그때, 그 노래가 아니었다면 아직도 우리들 곁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겠지.
그전에 그냥 과 선후배로만 알고지내다가, 그 체육대회 날부터 연인이 되었고, 그렇게 6년을 지내다, 헤어지고 그 후, 넌 결혼하고, 1년이 되어가고 다시 이혼 이란 걸 하고, 그 후 우린 다시 6년이란 시간동안 연인이 아닌 친구로 지냈다.
서로 남남이 되어버린 시간동안, 누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도 않고, 아프니? 힘드니? 좋으니? 아무 물음도 없이 그렇게 6년을 오래된 친구처럼 그렇게 지내왔다.
1년 동안의 파견근무동안에도 메신져라는 매개체로 종종 안부를 묻었고, 한국에 돌아간다고 했을 때, 오면 연락하라고 했지. 한국에 온지 며칠 지나서 연락했고, 2007년 10월, 거의 2년 만에 널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며칠뒤 넌 한줌의 흙으로 변했다는 거였어. 그걸 알지도 못하고,
난 다시 나갔고, 작년에서 여름에 들어와서 너에게 메일을 보내도 답장이 없었고, 문자를 보내도 모르는 사람이 “누구세요?”하고 답장이 왔었다. ‘전화번호가 바뀌었네.’‘ 많이 바쁜가보구나’ 혼자말로 넘어갔었는데.
병욱이녀석 장례식 다녀온 다음날, 미형이에게 전화가 왔었다. 수화기로 들려오던 미형이의 울먹이던 소리, ‘언니! 철희선배 죽었데’라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온몸이 우그러지는 듯한 느낌에, 갑자기 터져 나온 울음과 목이 메여와 가만히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날 가슴 한구석이 아파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고, 퇴근 후, 집으로와 너의 미니홈피에 들렸었다. 주인사진만 덩그러니 있고, 방명록에 친구 하나가가 너 보내고 나서 써놓은 글을 봤다. 그것만 봤어도 너 떠난 거 좀 더 빨리 알 수 있었을 텐데.
아직도 메신져에 너의 이름과 미니홈피의 일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게라도 너가 아직도 살아있었으면 하는 바램 때문에.
가끔 내가 작품전이나 졸업작품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을 때, 전화로 들려주었던 원태연의 시‘ 하필이면’종종 그 시가 생각나. 처음으로 나에게 시집을 선물할 때도 원태연의 이 시집이었는데. 건축쟁이가 아닌 국어선생님이었으면 좋았을 너.
그 제목처럼 하필이면 그때, 그 노래를 부르지만 않았다면, 10월 3일이 아닌 주말에 너와 약속을 했더라면 지금쯤 너와 같은 하늘을 볼수도 있었을 텐데..

철아! 오늘은 너가 아닌 내가 너가 좋아하던 시를 읽어줄게.

수많은 지구의 생물들 중 인간으로 태어나
대한민국의 남자로
이십여 년을 그럭저럭 살아오다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들 중
하필이면 너를 만났고
하필이면 너와 헤어졌다
다른 사람을 만났더라면
그 사람을 사랑했더라면
툭툭 털고 일어나
또 그럭저럭 살아가다
혹시라도 널 만날 수 있었을 텐데
그게 가능했을지도 모르는데
하필이면 너였을까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큰일을 겪은 것 같다.


휘버스의 가버린 친구에게 받침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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