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 대한 여러 추억~
김미숙
2009.02.12
조회 47

(동해에 벌써 복수초가 피었습니다. 올 해는 더욱 빠르네요)

센돌 vs 돌부처라는 기사 제목을 보고, 이건 대체 뭐지?
웬 돌 가지고 그러나. 아하~ 바둑알 때문에 돌에 비유를 했구나 때 늦은 깨달음을 얻었죠.
이창호(34), 이세돌(26)이 당대 최고의 '국수' 라네요.
누가 일인자다 라고 하지 못할 정도의 실력이 막상막하.
센돌은 이세돌의 애칭이고, 돌부처는 이창호의 애칭 입니다.

학창시절 제가 가장 존경했던 이 교수님은 바둑을 참 좋아하셨습니다.
바둑 두실 때, 옆에서 보고 있노라면 성격들이 다 나오더군요.
이 교수님은 표정하나 변함이 없었죠.
"아다리" 하는 소리에 눈이 번뜩이면서 그곳을 집중하여 쳐다보곤 했습니다.

어린시절, 제가 바둑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그런데 남자들이 많이 하는 것을 꼭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바느질, 수예 같은 것을 죽인다고 해도 못 하는 걸 보면 취미와 재능이 없었던 탓도 있죠.

바둑책을 보다가 에라~ 던져 버리고 대신 '오목'을 즐겨 했습니다.
과사무실, 학생회 휴게실에 앉아서 '다 붙어라, 대적해주마~~'
그리하여, 저에게 오목을 이기는 모든 학과 선, 후배는 없었습니다.
한동안 그 재미에 쏙 빠져 살았던 적이 있는데, 그 성취감 대단했습니다.
'오목왕'으로 등극했던 때가 있었으니 저두 돌애칭 하나 갖고 싶군요.

실험실에는 8086XT 컴퓨터부터, 286 AT, 386 으로 변화한 컴퓨터들이 쭈욱 있었습니다.
도대체 XT 컴퓨터는 어느 정도일까, 궁금하여 저는 그 컴퓨터를 켜 보았습니다.
(참고로 XT컴퓨터 하드디스크 용량은 10메가 바이트 정도, 음악파일 두 개 저장할 용량)
뻥좀 치자면, 한 줄의 글을 입력하고 엔터치고 나서 화장실 갔다 오면 겨우 커서가 깜빡 거립니다.
그리고, 바둑프로그램이 있길래, 좋다. 한번 둬 보자 하여 '정석' 으로 놓다 보니 기계가 넘 잘해요.
전 꾀가 없나요? 제가 어떻게 했을까요?
정도를 가지 않고 아무곳에 딱~ 두었더니 컴퓨터가 충격을 받았나 봐요.
이게 웬일인가? 청천벽력 같았을테지요.
thinking..........................
하길래, 그래 생각해봐라. 헐~ 십분, 이십분, 삼심분, 한시간이 지나도 계속 생각만 하고 있는 겁니다.
'거봐~ 내가 이겼지?' 혼자 피식 웃었던 적이 있어요.
컴퓨터 끌 때 까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는 거~

개인용 피시와 인터넷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던 때, 포털사이트에서 게임하느라 정신없던 때가 있었습니다.
전, 그 때도 뻥을 쳤습니다. 자존심이 있지.
초보말구 바둑 2급이라고 하여 뉘신지 모를 그 분과 알 놓기에 들어 갔습니다.
딱... 딱... 딱... 딱... 계속 놓다가 갑자기 그 쪽에서 조용하게 한 2분 있더라구요.
무슨 고민을 그렇게 오래 하나, 대충 두지...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대화창에 글이 올라왔습니다.

"나의 인내심이 어디까지 갈 것 같냐~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라~"

미안하기야 했죠. 하지만 저는 그날 오장육부가 뒤집어 지도록 웃었습니다.
왜냐~ 제가 언제, 어디서 2급하고 알까기를 해보겠습니까? 영광이었습니다.
에라, 그것도 못 해 먹을 짓이라는 걸 알고, 수준에 맞는 오목에 또 에너지를 쏟았었죠.
오목이야 어디서든 이깁니다. 좀 시시해서 그렇지.

어렸을 때, 머리가 빨리 돌아갈 때, 바둑좀 배워놓을 걸...
그랬으면 지금 아빠와 함께 바둑 한 판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바둑이란 기사를 보면서 잠시 예전 일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늘 이슈는 한국과 이란과의 축구가 되겠네요.
후반부에 이란골이 터져서 지는 건가 생각했었는데 박지성의 야수같은 동점골에 박수치느라 애썼죠.
승리는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웠잖아요.
오빠, 가족이 모이면 말이 많아 지는 이유, 공통 분모가 많다는 거잖아요.
태어날 때 부터 볼 거 안 볼 거 다 보고 서로 알 거 다 아는 관계, 허물없는 관계.
언제라도 어디서라도 누구하고라도 그런 허물없는 관계는 쌓을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 입니다.
일 년, 이 년.............. 오랜 세월이 지나면 할말이 참~ 많을 것 같습니다.
영재오빠의 바둑 실력은 어느 정도 인가요?

오늘도 아자~ 힘찬 목소리로 팬들의 감정을 되살려 주시구요.
요즘 열한시 뉴스 때문에 얼마나 신이 나는지 모릅니다.
기분 좋은 하루이길 바랍니다.

반쪽 - V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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