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보는 것.
김미숙
2009.01.29
조회 58

화요일 저녁 쌍화점을 봤습니다.
남들은 어떻게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애달픈 사랑이 마음을 쓸어내리더라구요.
먹먹한 가슴, 한동안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았노라고.
괜찮은 영화였고 어느 누군가 그거 어떠냐고 물어본다면 꼭 한 번 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고려속요 즉, 고려가요는 남녀간의 애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 많았다는 건 대략 알고 있었지만 어떤 내용일까 무척 궁금했습니다.
물론 영화는 픽션이니까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면 되겠죠.
쌍화점, 이상곡, 만전춘 등 남녀상열지사로 지목된 고려가요에 좀 더 애정을 갖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이 영화가 주는 느낌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입니다.

쌍화점에 쌍화사러 들어갔더니, 회회아비 내 손목을 잡더이다~~
이 말씀이 이 곳 밖에 나거들면, 조그만 어린 광대 네 말이라 하리라~
삼장사에 불을 켜러 들어갔더니, 그 절 주인 내 손목을 잡더이다~
이 말씀이 이 절 밖에 나거들면, 조그만 어린 중아 네 말이라 하리라~
그 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
왕이 부르던 이 노래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 합니다.

가시리 가시리잇고~ 버리고 가시리잇고~
왕비가 부르던 가시리, 색다르더라구요. 이명훈의 가시리도 좋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포스터를 보는데 雙花店이 아니라 霜花店 이라고 써 있더군요.
참 궁금했습니다. 왜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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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더.
영재오빠 요즘 택시 메모리 검사해보면 93.9가 90% 되어 있어요.
놀랍습니다. 그런데 꼭 딴 데 켜놓고 있다가 저에게 딱 걸린 거잖아요.
그 기사님은 이 연사 열변에 귀청이 떨어져 나갈 지경이겠죠.
기사님들 한테서 방송국 관계자냐 라는 말씀 많이 듣고 삽니다.
그러든가 말든가. ㅋ
어젠 귀가 번뜩이는 말을 들었어요.
그 기사님 74년 CBS 방송국 음악프로에 편지를 썼는데 그것이 방송되었고 충남 공주 외 전국 몇 분 에게서 편지가 왔더랍니다.
그 중 2년 연상인 여인과 만남을 유지하다 결국 헤어졌고 각자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얘기였어요.
세상에나 74년에도 음악 방송이 있었나요?
그 기사님 연세가 오십대 중반 정도 되어 보였거든요.
택시 기사님들 하고 얘기를 시작한 건 모두 영재오빠 때문이고~
참 신기한 얘기들을 들었을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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