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는 겨울이면 무를 썰어 말리셨다
해 좋을 땐 마당에 마루에 소쿠리 가득
궂은 날엔 방 안 가득 무 향내가 났다
우리도 따순 데를 골라 호박씨를 늘어놓았다
실겅엔 주렁주렁 메주 뜨는 냄새 쿰쿰하고
윗목에선 콩나물이 쑥쑥 자라고
아랫목 술독엔 향기로운 술이 익어가고 있었다
설을 앞두고 어머니는 조청에 버무린
쌀 콩 깨 강정을 한 방 가득 펼쳤다
문풍지엔 바람 쌩쌩 불고 문고리는 쩍쩍 얼고
아궁이엔 지긋한 장작불
등이 뜨거워 자반처럼 이리저리 몸을 뒤집으며
우리는 노릇노릇 토실토실 익어갔다
그런 온돌방에서 여물게 자란 아이들은
어느 먼 날 장마처럼 젖은 생을 만나도
아침 나팔꽃처럼 금세 활짝 피어나곤 한다
아, 그 온돌방에서
세월을 잊고 익어가던 메주가 되었으면
한세상 취케 만들 독한 밀주가 되었으면
아니 아니 그보다
품어주고 키워주고 익혀주지 않는 것 없던
향긋하고 달금하고 쿰쿰하고 뜨겁던 온돌방이었으면
조향미>>>>>>>>>>>>>>>>온돌방
오프닝 멘트로 영재님의 겨울 이야기를 해서 문득 예전 겨울이 생각이 나서요
엄마는 겨울 아침보다 더 일찍 일어나셔서...
밤새 미지근했던 안방 아궁이에 불을 지피십니다.....
먼저 식구들 세수할 물을 데우시고..
그리고 밥을 지으셨지요.....
참 부지런했던 엄마..아니 어머니들.......
안방 아랫목은 늘 검게 그을러 있었죠......
장미꽃이 커다랗게 그려진 밍크 담요가 항상 깔아져 있었고.....
그렇게 담요에 형제들은 발을 옹기 종기 집어넣고.....
고구마도 먹고...TV도 보고......
엄마는 아랫목에 한번 누워볼 여유도 없었습니다
식구들 빨래에......그리고 겨울엔 집이 바닷가라 김을 했어요
항상 얼음장 처럼 차가운 바닷물에 손을 담그다 보니....
늘 거칠었던 우리 엄마 손.....
저는 아궁이를 보니.......
엄마가 해주셨던 새알심 동동 넣고 해주셨던 단팥죽이 생각납니다
팥칼국수도 생각이 나구요
참 손이 많이 갔던 음식었어요
겨울에 맛있는 별미였지만....
힘들게 했던 팥죽을 우린 너무 쉽게 먹었지요......
엄마는 그랬을까요 식구들 맛있게 먹는 모습에 수고로움을 다 잊어
버렸을까요
메주를 만들려고 콩을 삶던 날이면....
우리는 가마솥 옆을 떠나지 못하고..연신 콩을 먹었지요
겨울 내내 방안에서는 메주 냄새가 났거든요
빨래는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저녁이면 따뜻한 아랫목을 이사를 옵니다
엄마는 밤이 되도 아랫목에 눕지 못하고....
수건을 머리에 두른채....
자식들을 보호하듯이 그렇게 바닷 바람을 머리로 막으시며
하루의 고단함을 내려 놓았습니다
너무 많은 희생을 하셨던 우리 엄마.....
일흔여덞이라는 나이는..
우리 엄마를 어지럽게 하고......
우리 엄마 귀를 멀게 하고.....
우리 엄마 손맛을 짜게 하고.......
다리를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이 일을 하셔서 이제 조금 쉴려고 하는데.....
젊은날의 지난날이 우리 엄마에게 복수라도 하듯이...
우리 엄마를 힘들게 합니다
언제 한번 내려가게 되면 우리 엄마랑 새알심 만들어서
팥죽을 만들어 먹어야 겠어요
마술처럼 우리 엄마 두손에서는 한꺼번에 두알 세알이 동시에 만들어져 나왔었는데...
편챦으신데도 자식들 걱정만 하는
우리 엄마가 아버지가....
다시 보고싶고 다시 사랑합니다
우리 엄마의 손은 훌륭한 이력서가 아닐까 싶어요
이력서 용지를 채우고도 넘치는.....
이은미..찔레꽃
이승철..듣고 있나요..에덴의 동쪽 OST
조관우..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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