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기일
유연희
2009.01.06
조회 30
"얘?감주(식혜)랑 물김치 담아 갈거랑 저녁에 미리미리 챙겨놔"

엊저녁 늦은 엄마의 전화 뒤이어 하시는 말씀은...
엉치가 아프다며 딸년들 일찍와서 음식좀 하라는
엄마의 지령이 떨어졌다.

음력 12월 11일.
울 아부지 기일이다.
다행히 수원에 모여 사는 까닭에
몸이 불편한 엄마 심기 건드릴세라
언니,동생과 함께 일찍 모이기로 했다.
전을 부치고,부침개를 하며 서로들 가슴에 켜켜이 쌓여있는
아련한 옛추억을 들춰보이며 아버지를 기억하겠지!

나보다 두살 많은 울오빤 읍내에 있는 중학교를 걸어다니며 틈틈히 교통비를 아껴 빨간 저금통에 저금을 했었다.
큼지막한 저금통이었는데 꽤 오랫동안 저금을 했는데 무게는 좀체로 늘어나지 않았다.참으로 의아하다며 가족들 누군가가 애지중지하던 오빠의 꿈과도 같았던 그 저금통을 손을 댓다며 입이 여든댓발 나왔다.

아뿔사...범인은 울아버지...
무거운 저금통을 이리 흔들고 저리 흔들고하며 핀셋으로 동전을 하나씩 하나씩 꺼냈던 것이다.
찢어지게 가난해 끼니도 제대로 떼우지 못했던 우리 형편에 엄마가 아버지께 용돈을 주셨을리는 만무하고...
한시간 이상을 걸어야 하는 읍내의 중학교를 걸어다니며 한푼두푼 모았던 그돈을 꺼내 아부지는 야금야금 막걸리를 사드셨던 것이다.

엊그제 엄마네집 묵은 사진첩에서 돌아가시기 직전 깡마른 아버지의 사진이 있었다.유일하게 한장 남아있는 사진이었다.
물끄러니 한참을 쳐다보는데 원망보다는 왜그리 측은한 마음이 들던지..이 좋은 세상 구경도 다 못하시고는..

오늘 하루는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원망과 그리움이 뒤범벅이 되겠다.
그래도 정성들여 음식 장만하고,살아생전 그리 좋아하시던 막걸리 한사발 가득 부어 드려야 겠다.

신청곡?
김경호 "아버지"
배따라기"아빠와 크레파스"
??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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