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 김장 동태가 데굴데굴....
김옥자
2008.11.15
조회 196
내 어릴 적
시골 우리 마을에선 가을추수가 끝나고 한숨 돌리고 나면
이웃 아주머니들 모여 날짜를 정해 한집 한집 돌아가며
김장 품앗이를 했죠.
우리집 김장하는 날이 정해지면 텃밭에 가득한 배추
속이 꽉 찬 배추 아버지가 칼로 탁탁 도려 내놓으면 우리 딸들은
커다란 바구니에 배추 담아 끙끙거리면서도 꾀 부리지 않고
열심히 집안으로 날랐습니다.
산더미 같은 배추 힘들게 다 나르고 나면
아버지는 힘들었지 하시며 캐낸 배추꼬리를 깎아주셨는데
배추 꼬리지만 달달하니 그렇게 맛있을수가 없었어요.
앞마당에 산더미처럼 수북이 쌓여있는 배추
엄마는 반으로 잘라 소금물에 푹 담가 항아리에 차곡차곡 넣고
소금 살살뿌려 배추 숨을 죽였죠.
그 시절엔 김장하면
배추 100포기 한접은 기본이요
보통 2~~300포기는 해야만 김장했다고 말할수 있었습니다.
엄마가 배추를 절이고 하는동안 우리들은 아버지랑 마늘 까고 파 다듬고 무 다듬고 하기 싫어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꼼짝없이 붙들려
엄마 김장일손을 도와야 했습니다.
배추가 잘 절여지고 김장 준비가 끝나면
이웃 아주머니들 햇살이 퍼지기전 이른 아침에 고무장갑을 끼고
오십니다.
차가운 우물물에 배추 씻기에 돌입 2~~300포기 되는 배추 살살 씻어
물 빠지게 소쿠리소쿠리에 건져놓고 앞마당에 펼쳐놓은 멍석에 앉아
무 채 썰고 깍두기 썰고 절여놓은 총각김치 새우젓에 양념 넣어
버무리고 손발이 척척맞았죠.
김장김치 맛은 주인집 안주인에 맛이 아니라 동네 아줌마들
입맛이었어요.
무채 양념하면서 싱겁다 소금 더 넣어라 젓국 더 넣어라
설탕도 더 넣어야 한다.
아주 말들이 많죠.
배가 산으로 가는지 바다로 가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결국 바다로 갑니다.
서로들 입에 넣어주며 맛을 보고 이제 되었다
아주 맛있다며 좋아하십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하얀 쌀밥에 무 큼직하게
썰어넣고 시원하게 끓인 동태찌개로 언 몸을 녹이고는
또 쉴틈도 없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빨간 고춧가루 여기저기 묻혀가면서
양손 부지런히 움직여 새우젓 멸치젓국넣고 치대어놓은 무채넣어 배춧속 슥슥 싸시면서 그와 똑같이 하하 호호 입도 쉴 틈이 없습니다.
누구네집 암송아지 강아지 낳은것에서부터 부부싸움 처녀총각 몰래 연애하는 사소한 것까지 모르고 있었던 마을소식 이웃마을 소식까지
다 듣게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어린시절 김장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던것은
일년에 한번 김장하는 날만 먹을 수 있었던 돼지고기 보쌈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잘 절여진 노란 배추 꼬갱이에 푹 삶아진 김이 모락모락나고
야들야들한 돼지고기와 무채 얹어 꼭 싸서 입안에 넣으면
얼마나 맛 있던지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었죠.
또 시원한 동치미 국물과 먹는 가마솥에 금방 쪄낸
노란 물 고구마 맛도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김장 하는날이 동네 어르신들
집집마다 다니며 오늘 우리집에 김장한다고 배춧쌈에 점심 드시러
오시라고 심부름 다니는것도 우리들 몫이었습니다.
김장하는날 시끌벅적 잔치집 분위기입니다.
어르신들도 동태찌개에 밥 한그릇 뚝딱 하시고는 어르신들
배추속 쓱쓱삭삭 싸주시면 젊은 아줌마들은 속싸은 배추 뒤란에
묻어놓은 항아리로 나르고 서로서로 알아서 분담들을 해주시기에
저녁나절이면 그 많던 김장 모든 일이 끝이 납니다.

어느 해인가는 우리 마을에 동태 김장김치가 유행이었어요.
무채 속에 동태를 넣으면 시원하고 맛있다는 말에
집집마다 동태 넣고 김장을 했는데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해 아마도 생선가게 동태로 부자 되었을거예요.
그렇게 담근 동태김치를 썰어놓으면 나중에 그릇에 남는 것은
동태들만 데굴데굴 굴러다녔죠.
그릇안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던 동태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납니다.
그런데 그 동태김치로 국을 끓이면 김치 동태국이 되어 정말
맛있었습니다.

세월지난 지금 어릴적 시골에서 김장 하던날
추억을 떠올리면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김장이던 무슨일이든지 내일처럼 이웃끼리 서로서로 돕고
가슴 따뜻한 정을 나누고 행복한 웃음을 주고
쉴틈도 없이 움직이는 손과 더불어 쉬지않고 이어지는
아줌마들 수다와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온 마을에 잔치하듯 어린 우리들도 신이났던 김장하던날의 추억
그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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