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3-"그럼에도 불구하고(Notwithstanding)"
정근영
2008.08.14
조회 75
저에게는 중1인 아들 녀석이 있습니다.
아빠인 제가 목발을 짚고 생활하는 불편한 몸이라 녀석의 마음이 혹 무겁지나 않을 까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

5월 달에는 “유가속”에서 선물해 주신 “조용필 콘서트”에 갔다가 차를 견인 당한 황당함을 게시판에 올린 적도 있습니다. 마음이 따듯하신 “손정운님”의 격려에 힘입어 구청까지 찾아가 “그런 큰 행사를 허가해 줄 때에는 적어도 어쩔 수 없이 차를 몰고 와야 하는 불편한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주차 공간은 마련해주어야지 무조건 입구를 봉쇄하고 불법주차 딱지를 끊고, 더구나 장애인의 발인 자동차를 견인해가는 것은 법규를 떠나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강한 어필을 하여 납부한 “견인료와 주차비”를 돌려받았습니다. 돌려받으면 한턱 낸다고 했는데 왠지 모를 서글픔과 심려를 드린 것 같은 미안함에 게시판에 글쓰기도 어려웠습니다.

이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게 되는 녀석에게 과연 아빠인 제 모습이 어찌 비쳐질까 하는 생각도 하여 보았습니다. 어려움을 당당히 맞서는 아빠, 아니면 고군분투하는 불쌍한 우리 아빠…….
하지만 녀석은 이런 나의 걱정을 “아빠, 우리 너무도 감동적인 추억, 오늘 쌓았네. 아마 평생 못 잊을 거야. 그리고 이 다음 조용필 아저씨 50주년 때는 내가 우리 아빠 외제차 하나 사준다. 이 짜슥들이 외제차는 못 건드린다고…..만만한 고물차만 비겁하게스리…”

“얌마. 너 외제차 아빠 사 줄려면 일단은 공부를 잘 해야 돼. 너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란 말” 있지. 그 말은 솔직히 말하면 인생은 성적으로 결판난다는 거야. 성적이 좋으면 대학 좋은 데 가고, 졸업해 전문직 취업하면 돈 많이 벌고, 돈 많이 벌면 그만큼 여유가 생기는 것이고, 그래야만 아빠 외제차도 사 주고 잠실에 빌딩도 사 줄 수 있다고…”
자. 그러니까 우리 공부하자고….
“Well, if you study hard, you will get a good job. If you get a good job, you will make good money. And that money can give you a house. You can travel around the world. It’s so nice. You, Understand?”
아. 나도 정말 싫은 이 세속적인 논리의 전개.

요즘 같은 불경기에 아들 녀석 학원 보낼 돈도 없고 제가 직접 가르칩니다.
실력도 없이 큰 소리치는 것은 저도 싫어 저 역시 열심히 공부합니다.
AP news도 받아 적어보고, PBS도 듣고, VOA도 적어 보고….
그렇게 몇 년을 보내니 정말로 한 겹, 한 겹 귀가 뚫리더군요.
얼마 전에는 3분 짜리 AP news를 거의 몇 단어 빼고 받아 적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그래도 녀석은 자기 해석이 맞는다고 우기지만….


오늘 녀석과 단어 공부를 하다가 “notwithstanding”이란 단어가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란 단어인데 이 단어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함께 with, 서 있을 수는 standing, 없을 지라도 not… 아닐까?” 하면서 저는 중요한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내 비록 다른 사람들과 동일 선상에서 경쟁할 수는 없지만…그래도 감사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고…”

내 비록 너와 축구를 하면서 땀을 같이 흘릴 수는 없지만 그런 너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응원할 수 있어서 감사할 수 있고………

남들 너무도 쉽게 두 발로 걷는 짧은 거리지만 나도 시간이 좀 걸릴 뿐이지 도달할 수 있어 감사하고……

내 비록 비싼 운동의 느낌은 모르지만 내 전용 세발 자전거의 패달을 밟으며 흘리는 땀이 바람과 만나는 순간의 개운함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할 수 있고…….

내 비록 비싼 학원에 보낼 형편은 안 되지만 너를 직접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감사하고….

비 바람 피하며 소중한 생활을 엮을 수 있는 삶의 공간이 있어서 감사하고…….

서로 사랑하며 아웅다웅 싸울 수 있는 아내가 있어서 감사하고…..

이런 감사함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짐에 감사합니다.




신청곡 : 조용필 “꿈”
박강수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면서”
하림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