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2월 부부가 된 우리. 올 2월이 7주년 기념일이었답니다.
9월이 7주년인 분들 사연을 올리라고 하셔서 에이, 2000년 9월이 기념일이라고 거짓말을 살~짝 해 볼까? 생각도 했지만 차마...^^
누구에게나 두 사람의 연애 이야기는 소설만큼 흥미진진하고 아름답겠지요. 저희 역시 그렇답니다.
십일 년 전, 학교 선배였던 남편을 처음 본 순간부터 ‘아, 내 사람이다!!!’ 라는 생각을 했지요. 흔히들 후광이 비친다고 하잖아요. 저도 그랬답니다. 그렇게 시작된 남편에 대한 사모하는 마음. 하지만 1년이 넘도록 말 한 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 하고 가슴앓이를 했더랬어요.
제게 그 사람은 감히 다가서기 어려운, 대 선배이자 너무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러나 그 1년이 흐른 뒤, 우연한 계기로 우리는 서로 인사를 하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지요. 그가 저를 알아봐 주었고, 제게 말을 걸어 주었고....또 그렇게 마음 설레하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그 해 봄, 남편에게 힘든 일이 일어나 그가 먼 곳으로 떠나야했고 전 그때 그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리라 마음 먹었어요. 연인이 아닌, 그저 잘 아는 후배로서 말입니다.
그렇게 외사랑.......을 시작한 그 해 가을, 9월 지리산엘 갔더랬습니다.
기차 안에서 보낸 밤을 포함해 3박 4일 일정으로 갔던 지리산. 해맞이 산행을 앞 둔 장터목 산장에서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빌었지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 천왕봉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또 한 번 소원을 빌었답니다.
그 사람을....영원히 사랑하게 해 주세요.
별님과 해님이 제 소원을 들어준 것이었을까요?
그 사람이 2년이라는 힘든 여정을 끝내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제게 왔습니다. 마치 내 기다림을 알았다는 듯 제게로 찾아왔지요. 그리고 우리는 거짓말처럼 사랑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나의 외사랑은 그렇게 끝이 났지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던 그 때. 그렇게 연인으로서 시간을 보내고 2000년 2월, 부부가 되었습니다. 사실은 식을 생략한 채 말입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부모님께 말씀드리지도 않고 우리끼리 혼인신고를 하고 부부가 되었지요.
혼인신고를 하던 날, 그 사람의 부모님을 찾아 뵙고 허락을 받았습니다. 다행히도 부모님께서는 우리가 저지른 짓에 어이없어 하시긴 했지만 따뜻하게 받아 주셨지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어머니께서도 아시게 되었어요. 제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기에, 또 딸을 믿어 주셨기에 우리를 웃으며 받아 주신 우리 어머니. 하지만 아버지는 무척이나 엄하신 분이었기에 아버지께 어떻게 알려야 할까, 고민에 고민만 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선뜻 말씀을 못 드리고 계셨지요. 그만큼 우리 아버지께선 무서우셨거든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9월이 되었고, 추석 명절에 말씀을 드리려 했지만 차마 말씀드리지 못 하고 다음 설날을 기약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제게 전화를 하셨습니다.
그러더니 대뜸, “왜 네가 우리집 호적에서 빠져 있는 거니?”하시더군요.
아차, 싶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그 무렵 호적등본을 떼어 보셨다가 깜짝 놀라셨다고 하시더군요.(그 해가 아마 인구 조사하던 해일 거예요~) 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전화를 끊고는 회사에 있는 남편을 불러 내어 친정으로 갔습니다. 늦은 시각인데도 마치 우리를 기다리셨다는 듯 집 대문 앞에 앉아 계시던 아버지. 저는 너무 무서워서 근처에도 가질 못 했고 남편은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한참을 말없이 앉아 계시던 아버지께서 집 안으로 들어가시더군요. 그리고 엄마와 할머니, 남편과 저도 따라 들어갔습니다. 아무 말 없이 거실에 있던 생활신문을 뒤적거리시던 아버지는 갑자기 수화기를 드셨습니다. 그리고는 생선회와 술을 시키시더군요.
잠시 후, 아버지가 시키신 회와 술이 도착을 했고 아버진 여전히 말씀이 없이 우리에게 술을 따라 주셨습니다. 그렇게 또 한참이 지나 술병이 비워졌을 때 아버진, 안방에 이불을 펴 주시고는 “잘 자라”한 마디 남기고 나가셨습니다. 그 사람과 연인이 되자마자 부모님께 소개를 하고 두어 번 만난 적이 있는 데다 아버지께서 그 사람을 워낙 좋게 보셨기 때문인지 우리 사이를 아무 말 없이 인정해 주셨지요.
그렇게 그 해 9월, 우리는 양쪽 부모님께도 인정을 받은 부부가 되었답니다.
그리고 7년이 흐른 지금, 7살 나이 차가 나는 우리에게 7주년은 10주년보다 더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7주년에는 꼭 지리산엘 가자고, 내 소원을 들어 준 지리산에 함께 가자고 약속을 했지만 아쉽게도 이렇게 흘려 보내고만 있네요.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고, 신혼여행도 가지 않았고, 사진 한 장 찍지 않았던 우리 두 사람의 혼인. 하지만 다행히도 너무나 인자하시고 자식들을 믿어 주시는 양가 부모님 덕분에 여전히 잘 살고 있답니다.
7주년 기념에 맞춰 가고자 했던 여행은 지키지 못 할 것 같지만, 뭐 8주년, 9주년이 또 오겠지요. 그리고 10주년엔 부모님들 모시고 단란한 가족사진을 찍어야겠어요. 그리고 처음 사랑을 시작했던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도록 노력할 거랍니다.
****가요속으로 7주년을 축하합니다~
[7] 7주년 축하드립니다~
나경
200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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