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노래 ~~~여자의 일생
청실홍실
2006.01.21
조회 67
일흔 넷 되시는 우리 친정 어머니
20살 어린 나이에 칠남매에 장남인 아버지와 결혼했지만
두 분 사이에 6년 동안이나 아기가 없으셨던
우리 엄마는 무서운 시어머니의 매운 시집살이 참고 견뎌내며
어렵게 첫 아기를 얻었지만 절실히 손자를 바라셨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바람과 달리 딸...이어 둘째도 셋째도 줄줄이 딸이었죠.
할머니의 노여움은 엄마에 더 큰 시집살이로 이어졌고
드디어 우리 집 큰 대문에 굵은 짚으로 꼬은 새끼줄에
커다란 소나무가지와 빨간 고추로 엮은 자랑스러운 금줄이
쳐지던날 할머니는 경사났다며 좋으셔서 덩실덩실 춤을 추셨지만 우리 엄마는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 한마디 하소연 한번 못하고 꾹꾹 참고 눌러 만든 돌덩이만한 가슴 속 응어리
하염없이 흘러 내리는 뜨거운 눈물로 녹이셨다고 합니다.

제가 여고생이 되던 해 여름날
할머니는 서울 작은댁에 다녀오신 후 심한 감기를 앓으시더니
밤낮으로 기침에 가래를 뱉어내셨지요.
휴지에 뱉어 내시면 좋으련만 꼭 보드라운 헝겊에 뱉어
내셨어요.
"엄만 그 헝겊 토하면서까지 왜 빠는데요?”
"그냥 버리면 되잖아요?"
"딸만 넷이나 낳았다고 구박하고 온갖 시집살이 다 시키면서
둘째 막내 아들 며느리만 챙기는 할머니가 엄만 밉지도 않아?”
“너 할머니께 그러면 못써”
“엄마만 며느리야 애지중지하는 작은 아버지와 작은 엄마들은 왜 할머니 안 모셔가고 엄마만 고생하는데?”
정말 할머니가 너무 미웠고 가끔 마지못해 얼굴만 삐쭉 내밀고 할머니 모셔가라 할까봐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듯 가버리는
서울에 둘째,막내 작은아버지 작은엄마들도 너무 미웠고
시골에서 할머니 모시고 고생하는 우리엄마,아버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났습니다.
무섭고 심술 사나운 우리 할머니 해수에, 노망에 3년 고생하시다 돌아가실때까지 우리 아버지 엄마 말로는 표현 못할 정도로 고생고생하셨지만 맏며느라는 이유로 싫은 소리 한마디 않고
그 시중 다 해 드린 사람은 할머니의 둘째, 막내아들 며느리가 아닌 겨우 아들 하나에 딸만 넷이나 낳은 큰며느리인 우리 엄마였습니다.

어머니하면 세상에서 제일 미워했던 할머니가 생각나고
할머니하면 맏며느리라는 이유로 그 모진세월 참고 인내하면서
고생하신 우리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자라면서 이해할 수 없어 미워했던 할머니와
참고 인내하면서 고생고생하신 우리 어머니를 지금은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답니다.
세월이 흘러 저도 이제는 사십을 넘긴 불혹의 나이에 두 아이를 둔 엄마이니까요.

맏며느리로 힘든 세월을 살아오신 우리 어머니가
가끔 눈물 지으시며 부르셨던 노래랍니다.
영재님 들려주실거죠.

이미자..여자의 일생
한명숙...청실홍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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