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간지 27년이 됐는데도 장모님께서 워낙 말씀이 없고
무뚝뚝하신데다 귀까지 어두우셔 다정히 말한마디
한번 나누지 못했습니다.
보청기를 사용하시지만 윙윙거리고 머리가 아프다고
보청기를 자꾸 빼버리셔 전화소리도 못 들으시고
벨을 눌러도 못 들으셔 뵈러갔다가 문밖에서 한없이
기다리기 일쑤고...
그런 장모님이 20여년전 환갑잔치에서 모두를 놀라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부모님들께서 대부분 그러하듯 장모님도 외출도
별로 없으시고 치매를 앓으시는 시어머님을 모시느라
일만하고 지내셨지요.
장모님께서 고생하신다고 자식들이 돈을 모아 모처럼
친구분들도 초대하여 환갑잔치를 해 드렸지요.
자식들과 조카들의 만수무강을 비는 큰절이 끝나고
친척들이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다 오늘의 주인공이신
장모님노래도 들어야한다고 모셨지요.
"어머님!무슨 노래를 하실랍니까?"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요!!"
모두들 어~ 놀라고 사회자가 재차 물으니 또렷하게 다시
"비 내리는 영동교 부를라요"
뭔가를 보여주려고 그동안 얼마나 연습을 하셨는지 끓어질듯
하면서도 끝까지 가사를 잊지않고 부르셨어요.
모두 와~~~하고 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장모님도 스스로 자랑스러우셨는지 얼굴에 미소가 그득~~~
앙콜!! 앙콜!! 주저없이 부르신 노래는 놀랍게도 조용필씨의
님 오신 밤에 씨 뿌렸네로 시작되는 "일편단심 민들레야"였어요.
모두 일어나서 환호하고 장모님의 미소띤 환한 모습...
가끔 그때 찍은 비디오를 봅니다.
지금 81세시니 꼭 20년이 흘렀습니다.
며칠전 뵈러가니 요즘 경노당에 가서 화투를 배우시는데
친구들이 1학년이라고 놀린다고 자랑을(?) 하시데요.
장모님! 친구들이랑 잘 지내시고 지금 이대로 오래~~~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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