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노래신청합니다)
정신없는 아침시간을 보내고 여유가 생겨 음악을 들으면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어, 언니 아버지가 쓰러지셨어. 피, 피까지 토하시고..."
갑자스런 일에 당황한 동생은 어쩔줄몰라 말까지 더듬거리며
지금 병원 응급실로 가고있다고 말했습니다.
엊그제까지도 건강한 분이셨기에 놀라움은 더 컸고
이 믿어지지 않는 상황은 내눈과 귀를 먹통으로 만들어버렸죠.
제발 아무일 없기를 바라며 택시기사에게 재촉을 하는데
볼을 타고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렸고 가슴을 저미는
회한과 따가운 질책이 날 몹시 아프게 했습니다.
'만사 제쳐놓고 아버지 틀니부터 해드렸어야 옳았어'
이전에 동생과 나는 아버지에게 틀니를 해드리기 위해
돈을 모으기로 했었는데 때마침 시집조카의 결혼날짜가
잡히는 바람에 아버지의 틀니값은 엉뚱하게
혼사대금으로 쓰이고 말았죠.
살다보면 친정에 따로 효도할 날이 오겠지 하며 요리조리
내 안일부터 챙긴 못된 자신이, 그 불효한 마음이 나를
더할수 없는 슬픔의 골짜기로 몰고 갔습니다.
배움의 기회를 맘껏 열어주지 못해 안타까워 하시던 아버지는
딸의 손을 잡고 도시로 올라와 이곳저곳 고향 사람들을
찾아 다녔습니다.
딸의 앞날을 위해서라면 당신의 체면쯤이야 아랑곳하지 않던
아버지셨지요.
그덕분에 나는 운좋게도 조건이 아주 좋은 회사에 다닐수가
있었습니다.
생활의 고리는 끝이 없는데 언제나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핑계로 아버지의 틀니는 자꾸만 미뤄졌습니다.
일흔이 넘은 아버지는 이태나 넘게 두부찌개와 건더기 없는
국물로만 진지를 드셨지요.
어금니가 모두 빠져 앞니만 상아처럼 툭 삐져나와 볼품이
없는데도, 아버지는 늙은이가 먹으면 얼마나 먹겠느냐며
한사코 틀니를 거부하셨습니다.
그러나 누가 모르겠습니까?
가뜩이나 넉넉지 못한 자식들이 느닷없이 불어닥친 경제한파로 고생하는 모습에 당신의 몸과 마음은 아예 미래까지도
접어두고 계시다는 것을 말이죠.
응급실 분위기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습니다.
자리가 없어 바닥에 누워계신 아버지가 더없이 초라해 보였지요.
울컥 넘어오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리는데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아버지가
들릴듯 말듯하게 말씀하십니다.
'왜 왔냐고, 아이들 밥은 어떻게 하는냐고...'
의식이 자꾸만 흐려가시는 아버지.
그와중에서도 손사랫짓으로 외손자의 밥걱정을 하시는
그 마음을 어떤 말로 표현할수가 있겠는지요...
수혈을 받으며 응급실에서 이틀밤을 지새운 아버지는
다행히 수술은 면하셨습니다.
열흘가량 입원해 있다 퇴원 하는날, 나는 죄스러운 마음으로
아버지깨 말씀드렸죠.
이제는 심심하다고 드시던 소주는 절대 안된다고,
대신 사탕은 드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아버지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셨습니다.
수험생이었던 외손녀를 잘 먹여야 한다며 계란 한판과 닭을
사들고 버스를 두번씩이나 갈아타며 새벽길을
달려 오셨던 아버지.
언젠가 무딘 칼로 김치 써는것을 보시곤 숫돌을 들고와
과도며 부엌칼을 조용히 갈아놓고 가셨던 아버지.
어쩌면 친정 아버지의 그 큰사랑이 나에게 가정과 삶이라는
무거운 두수레바퀴를 무사히 돌리게끔 하는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 틀니 제가 꼭 만들어 드릴께요,
그리고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김치도 늘
떨어지지 않게 갖다 드릴께요,
아버지 항상 건강하셔야 해요."
영재님 아버지께 좋은 노래한곡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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