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진 바지
김은희
2005.11.16
조회 34
옛날,어느 마을에 한 부자가 살고 있었읍니다.

그 부자에게는 딸 셋이 있었읍니다.

세 딸은 아버지의 재산을 더 많이 물려받기 위해
서로 자기가 아버지를 잘 모신다고 뽐냈읍니다.

첫째 딸이 말하였읍니다.
"이 세상에서 아버지를 잘 모시는 사람은 바로 나야.
그러니까 아버지께서는 나에게 가장 많은
재산을 물려주실거야."

"나는 아버지를 위해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
아버지의 재산은 내가 가장 많이 가져야 돼."
둘째 딸도 말하였읍니다.

그러자 셋째 딸도 지지 않고 말하였읍니다.
"흥,언니들은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고
시집을 가버리면 그만이지만,
나는 시집도 안가고 아버지와 함께 살 거야.
그러니까 내가 가장 많이 물려받아야 해."

부자는 자기 딸들이 세상에서
가장 효성스럽다고 생각하였읍니다.

하지만,마을 사람들은 그 부자집 딸들보다
이웃 마을에 사는 선비의 세 딸이
더 효성스럽다고 칭찬하였읍니다.

부자는 선비의 딸들이 어째서 자기 딸보다
더 칭찬을 받는지 궁금하였읍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부자는 선비의 집을 방문하였읍니다.

선비는 부자를 반갑게 맞으며 방으로 안내하였읍니다.

그런데 선비는 무릎이 다 드러나는
짧은 바지를 입고 있었읍니다.

'아무리 덥더라도 젊잖은 선비 체면에
무릎을 다 드러나는 짧은 바지를 입고 있다니...'
부자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읍니다.

그래서 선비에게 넌지시 물어 보았읍니다.
"아니,어찌하여 무릎이 다 드러나는
짧은 바지를 입고 계십니까?"

선비는 껄껄 웃으면서 바지가 짧아진 사정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주었읍니다.

며칠 전에 선비는 먼 친척에게서 선물로
옷감을 받았읍니다.

마침 마땅히 입을 옷이 없어서 여름옷 한 벌을
해 입기로 하였읍니다.

그런데 새로 지은 옷을 입어 보니
바지가 한 뼘이나 길어서 땅에 질질 끌렸읍니다.

선비는 세 딸이 모여 있는 방 밖에서
헛기침을 하며 말하였읍니다.
"애들아,누가 내 바지를 한 뼘만 줄여 다오."

"네."
하고 세 딸은 일제히 대답했읍니다.

이튿날 오후가 되었읍니다.

선비는 외출을 하기 위하여
그 바지를 입으려고 하였읍니다.

그런데 줄여 놓은 바지가 너무 짧아서
무릎이 다 드러났읍니다.

선비는 깜짝 놀라 세 딸을 불러 놓고 말하였읍니다.
"아니,어젯밤에 내가 분명히 바지를 한 뼘만
줄여 달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바지가 이렇게 짧게 줄여 놓아서
도저히 입고 나갈 수가 없구나."

첫째 딸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하였읍니다.
"그것 참, 이상하네요.제가 어젯밤에 아버지께서
말씀하신대로 분명히 바지를 한 뼘만 줄여 놓았는데요."

그러자 둘째 딸이 깜짝 놀라며 말하였읍니다.
"어니가 어젯밤에 줄여 놓았어요?이걸 어쩌나!
저는 그런줄도 모르고 오늘 새벽에 일어나
그 바지를 다시 한 뼘 줄여 놓았어요.죄송해요,아버지."

언니들의 말을 듣고 있던 셋째 딸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였읍니다.
"이걸 어쩌면 좋아?
저는 언니들이 줄여 놓은 줄도 모르고
오늘 아침에 또 한 뼘을 줄여 놓았어요."

세 딸은 모두 어쩔 줄 몰라 하며
아버지께 용서를 빌었읍니다.

그러자 선비가 웃으며 말하였읍니다.
"아니다,얘들아.너희가 줄여 놓은 이 바지야말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바지란다."

선비에게 이 이야기를 들은 부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집으로 돌아왔읍니다.

부자는 세 딸이 참으로 효성스러운지
시험하여 보기로 하였읍니다.

그래서 자기의 바지를 들고 딸들에게 말하였읍니다.
"얘들아,이 바지가 너무 길어서 입을 수가 없구나.
내일 점심때까지 너희 가운데에서 아무나
이 바지를 한 뼘만 줄여 다오."

"네."
하고 세 딸이 대답하였읍니다.

그런데 이튿날 오후에 보니 바지는 어제 그대로였읍니다.

부자는 세 딸을 불러 놓고 물었읍니다.
"아니,얘들아.어젯밤에 내가 바지를
줄여 달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어째서 이 바지가 그대로 있느냐?"

첫째 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하였읍니다.
"아니,그 바지가 그대로 있읍니까?
저는 둘째가 줄여 놓은 줄 알았는데요?"

둘째 딸은 셋째 딸을 바라보며 말하였읍니다.
"그런 일이라면 당연히 막내가 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자 셋째 딸이 화를 내며 말하였읍니다.
"아니,아직 바느질도 서투른 제가 그런 걸
어떻게 해요?그런 건 언니들이 알아서 해야지요."

이 모습을 지켜본 부자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읍니다.

[신청곡] 양 희 은 - 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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