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노래
김완숙
2005.10.10
조회 31

어머니의 노래



가난한 술주정뱅이 농삿꾼의 아내로

일 복만 넘치게 많아 고생스러우셨지만

1남 5녀의 줄줄이 자식들에겐 따뜻한 미소로

마음만큼은 늘 풍성한 부자이셨던 우리 어머니



평생을 걱정 한번 올곧이 내려 놓지도 못하시고

자식걱정 살림걱정으로 기나긴 세월을 가득 채우셨던

가녀리고 가녀린 분



막내딸 서른넷에

드디어 시집가겠다는 소리에

모처럼 굴곡진 주름살을 활짝 펴고 웃으셨던 그날의

모습이 너무도 생생합니다.



그때까지도 저는

우리엄마는 노래를 모른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우리 엄마는 노래를 싫어하시는줄 알았습니다

아니 더 솔직히

우리 엄마에 대해서 너무도 몰랐다는걸 고백합니다

제 안위만 열중하고 하다보니 관심이 그만큼 없었다는게

맞는 이야기지요



1992 . 2. 28 어둠이 내린 저녁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서 신랑 친구들이 함을 지고 왔지요

한바탕 소란스런 축제가 끝나고

어머니는 기쁜 표정에 신랑 친구들이 권한

정종 한잔을 드시곤

원삼 족두리에 연지곤지 찍은 새색시처럼

바알갛게 홍조를 띈 얼굴로 흥에 겨우셔서

그 누구도 청 하지 않으신 노래를 부르셨습니다

그 순간 철없는 막내딸은

한번도 뵙지못한 낯선 엄마의 모습에

왜 저러시나 하고 부끄러워

말리기 까지 했던 참으로 못됐던 나



그 노래는

내가 34년을 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어본

아주 귀한 노래였는데도 말이다



좋은말로 바이브레이션이 풍부하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그연세에도 수줍으셔서

음정이 마구 불안하고 떨며 부르신것이다



이렇게

이별이 빨리 올 줄 알았으면

재빨리 녹음이라도 해놓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뒤늦은 후회가 완행으로 돌아오지만.....



그 노래를 한번 더 들려 주시질 않고

예순여섯해 맞는 봄

목련잎이 바람에 뚝뚝 지던날에

홀연히 우리곁을 떠나가셨다



엄마가 떠나신지 벌써 14년



우연히 길을 지나다가

그 노래를 들으면

그날에

난 꼼짝도 못하는 동상처럼 몸서리 처지게

엄마가 보고 싶어진다



이번 주말엔

사느라 정신팔려

추석때도 못 찾아뵌 엄마를 만나러 가야겠다

훌쩍커버린 손주들에 늘 믿음직해하던 사위



그렇게 좋아하시던 쵸코파이에 박하사탕

그리고 쓴 소주 한병 들고서......



마포종점/은방울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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