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노래~~
김정숙
2005.10.06
조회 76
초등학교때 우리집 담배밭은 동네와 조금 떨어진 인적이 드문 산 아래에 있었습니다
마르신 데다가 몸이 약하신 엄마는 가뿐 숨을 몰아 쉬면서 그곳을 오리락 내리락 하시곤 하셨습니다
그날따라 제가 엄마를 도와 드리겠다고 나섰는데 그만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아버지와 동네사람들이 짐승을 잡으려고 밭 둘레에 덫을 놓아 두셨는데 ..생각없이 콧노래를 부르며 풀을 헤치며 뛰어 가다가 갑자기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발목을 아프게 조여 왔습니다
덫에 걸린 난 "엄마야!"소리를 내지곤 그자리에 주저 앉았습니다
앞서 가시던 엄마가 놀라서 뛰어 오셔서 덫을 빼 내려고 했지만 이리저리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덫은 점점 더 조여 왔습니다
보다 못한 엄마는 급기야 엄마손을 집어 넣어 내발을 빼내려고 했고 한참 실랑이 끝에 내발은 무사히 빠져 나왔지만 반대로 엄마 손은 덫에 끼여 있었습니다
절룩거리는 발을 끌고 마을로 내려 오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데
행여 엄마 손이 잘리면 어쩌나 싶어서 겁도 나고 무서워서 내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었고 다행히 동네 아저씨 한분을 만나 엄마를 구해 주셨습니다
그뒤 엄마는 한동안 오른손을 쓰시지 못해셨고 심하게 눌렸던 손가락 하나가 여지껏 불편하시답니다
그리고 그때일을 생각할 때마다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을 새삼 느끼곤 한답니다
내발과 바꾸웠던 우리 엄마의 그 따뜻한 손이 내 등을 쓸어 내리면서 '노들강변'이라는 노래를 부르곤 하셨습니다
'노들강변 봄버들 휘휘 늘어진 가지에다 무정 세월 한 허리에 칭칭 동여 매어나 볼까........'
한평생 그불편한 손으로 담배농사,고추농사 일년내내 하루도쉬지 않고 일하셨을 것을 생각하니까 제맘이 이렇게 아프기만 하네요
거칠고 주름진 손을 이제는 제가 따듯하게 잡아 드리면서 엄마의노래를 들어드리고 싶습니다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