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저만치 앞서가는 언니를 좇고자 발걸음을 부지런히
떼어놓고 계셨습니다
"고뎌 딥 달디키라우 알간?"
집에 뭐 귀한 것이라도 있는 것처럼 어머니는 저를 보시고 집 잘지키라는 말씀을 하고 계셨습니다
어머니는 이북사투리를 버리지 못하셨습니다.
꼭 지읒 발음을 디귿으로 말씀하시는 우리 어머니의 등은 활처럼 휘어있었고 다리는 항아리처럼 벌어져 영낙없이 뒤뚱거리는 오리처럼만 걷고 계셨습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고생은 그저 어머니께 주어진 당연한 것처럼 질기게 달라붙어 놓아주질 않았습니다.
어렸을 적 누런 스카프로 귀를 동여매고 찬 바람 불어대는 부엌의 한 구석에서 하숙생 오빠들을 위하여 밥을 지어대던 어머니가 불쌍해서 김치라도 놔드릴라고 하면 어머니는 손사레를 치셨습니다
"날래 들어가라우~공부하라우 공부~"
하시며 눈을 흘겨대셨습니다
사실~
저는 공부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엄마를 위하여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었습니다만
엄마는 그런 저를 못마땅해하셨고 그저 공부만이 살길이라고 말씀하셨길래 엄마 소원들어드리자라는 생각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지금은 젊었을 적 엄마의 나이가 되어버렸고 그닥 공부한 셈치고는 별로 똑똑해지지 못한 제 모습이 어머니께 죄송했기에 그저
어머니가 뭐라고 말씀만 하시면 순종하고자 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사별을 하시고 그렇게 오랜 세월 고생만 하신 탓으로 이가 매우 나빠져서 뭘 제대로 씹질 못하신답니다
그것을 안타깝게 여긴 언니와 제가 힘을 합하여서 틀니를 해드리고자 그렇게치과에 모시고 다닌답니다
저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면서 문득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오셔서 좋아하실 노래 한곡을 틀어드리고 싶은 생각이 들어 음반가게로 갔습니다
'이거..우리 매장이나 되니까 있는 것입니다. 다른 데에선 구하시기 힘들 거에요~"
목에다가 잔뜩 힘을 준 음반가게 사장이 내어준 고복수씨의 타향살이가 담긴 테이프를 들고 저는 어머니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비닐을 잘 벗기고 카셋트 안에다가 집어넣어 한소절을 들어보니 어머니의 삶과 너무도 닮아있었습니다.
타향살이 몇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로 시작하는 노래는 어머니가 힘겹게 하숙생 오빠들의 밥상을 차리거나 시장에 가실 적에 또는 바쁜 일상 중에 잠시 낮잠을 주무신다고 목침베게를 고쳐베시면서 부르시던 노래였고
지독히도 음치셨던 어머니가 불러대는 노래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아 들을 수 없을 만큼 엉망이었는데
이렇게 고복수씨의 목소리로 들자하니 들으면 들을수록 눈물이 새록새록 솟아났습니다
치과에 가신 어머니가 얼른 돌아오셨으면 싶었습니다
"이기 고뎌 내 돟아하는 노래디 길티?"
아마도 어린아이처럼 좋아서 귀를 모아대실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려드리고 싶은 생각으로 시계만 바라봤습니다.
그리운 어머니의 마음 속 고향이
인제는 어서 빨리 하나되서 육로로 찾아가는 그 날을 기다려보면서 이 노래를 신청합니다
고복수씨의 타향살이
어머니의 노래
김완구
2005.09.22
조회 39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