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나 엄마다. 아~~~들은 잘 있나?"
"엄마! 요즘 눈코뜰새 없이 많이 바쁘재이? 올 여름방학땐 조서방이 연수가 계속있어서 고추도 하나 못따드리고 죄송해서 어쩐다냐?"
"괜찮다. 사람은 항상 배워야되는기라. 그라고 쌀 다 떨어졌재이?"
"엄마! 쌀은 20kg 샀다. 추석때 가서 갖고 오면 되지. 엄마! 다리는? 관절염 약은 다 드셨재?"
"아이고 쌀을 사서 먹어? 바빠서 부쳐줄 여가도 없었네."
"엄마 다리 덜 부려잡숴?"
"농사짓는 사람이 꿈적거려야재이? 약이 쪼메 남아있는디 세째 춘이가 관절염 사서 보냈다."
"엄마! 제발 다리 좀 아껴? 돈 좀 부칠까나?"
"오냐 100만원만 부치거라"
"엄마는? 난 뭐 먹고 살라꼬? 너무 과하다."
"돈 있다. 니들이 지난번 어버이날에 주고 간 돈 그대로 있다. 아~~~들 잘 키우거라이" 찰칵.
엄마와 딸 사이는
늘 '내 엄마땜에 못 살아' 사이같습니다.
60여년 훌쩍 넘게 종가집 종부로 살아오신 긴 세월 동안 하도
당신의 다리를 부려잡수신 흔적으로 절뚝절뚝 퇴행성 관절염이란 병명을 얻게 되셨어요. 친정엄만,
그 때부터 전 이모랑 통화할 때도
"이모야! 내 이모네 언니땜에 못살아 못살아!!"
아부지랑 통화할 때도
"아부지! 내 아부지네 마나님땜에 못살아 못살아!!"를 외치곤하네요.
엄만 영원히 내 엄마로 두 다리 성하게 다니실 줄 알았던 못난 딸입니다.
엄만 영원히 내 엄마로 고추며 쌀이며 참기름, 고구마, 온갖 양념과 곡식들을 애써 농사지어 주시는 걸 당연히 받을 줄만 알았던 나쁜 딸입니다.
어쩌다 연이어진 봄철 연휴에 애들 데리고 모내기니, 고추모종을 할 즈음이면 하나절 반씩 일손을 거들라치면,
사위네 가족 방문이 즐거우신지 도랑가 하얀 찔레꽃이 보이면
'찔레꽃 붉게 물든 남쪽나라 내고향~~~~'
콧노래를 흥얼흥얼 하십니다.
엄만 계절과 관계없이도 곧잘 찔레꽃을 읊조리시기도 하고요.
엄마의 노래 /찔레꽃 신청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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