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노래@
김희자
2005.08.17
조회 61
아버지처럼 재밌는 분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 아버지 육척장신이셨지요 흔히들 키큰 사람 치고 싱겁지 않은 사람 없다라는 말처럼 우리 아버지도 정말 농담을 잘하셨습니다.
여름 날이면 우리 7형제를 쫘악 평상에 앉혀놓으시고는 무시무시한 귀신 이야기를 해주셨지요 그러면 화장실 가고 싶은 것도 꾸욱 참구선 오들오들 떨면서 아버지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곤 했습니다 그러면 아버지는 맨 마지막 부분에서
"근데 말이야...그 무덤 위로 말이야...소가 넘어가는거야(속아넘어가는거야) 껄껄껄!"
하시면서 그 이야기가 모두가 속아넘어가는 것임을 넌즈시 말씀하시면서 박장대소하셨건만 멍청한 우리들은 왜 그 귀신출두하는 무덤위로 애꿎은 소가 넘어가는 것일까?
싶어 어리둥절 했으며 결국 제일 나이 많던 오빠가 그 뜻을 이해하고 피식피식 웃어댔었죠

그렇듯 우리 아버지 참 농담 좋아하시고 이야기 좋아하셔서 걸핏하면 어머니의 원성을 사셨답니다
옛부터 이야기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는데 꼭 당신을 두고 한 말이요 하다가
"옛수 배 안고프요? 아이고...느그 아부지같은 사람을 누가 좋아하냐?
고추밭 저렇게 타들어가도 냅둬버리는 느그 아부지땜에 아주 엄마 맘이 문드러진다 문드러져. 이노무 정때문에 콱 잊아뿌리지도 못하고...내가 무신 영화를 본다고 이런 것들을 갖다 바친다냐?"
하시면서도 밉지 않으셨던지 누룽지도 긁어주시고 또 과일도 깍아서 우리 형제들과 아버지쪽으로 밀어주시던 우리 어머니를 보시고 아버지가 줄기차게 불러대시던 그 노래는 바로

남진씨의 그대여 변치마오입니다
미워서 견딜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시는 어머니 뒷쪽으로 살살 다가가셔서
"오 그대여 변치 마오!"
하시면서 꼭 어린아이처럼 노래를 불러대시면 우리들은 배를 잡고 웃어댔습니다 우리 아버지이지만 얼마나 그모습이 우습던지요 코메디언 배삼룡씨보다도 더...구봉서씨보다도 더 재밌던 우리 아버지~

참 그 노랫소리가 구수하게 들렸었건만
이제는 그 노래나 목소리도 영영 들을 수 없는 저 머나만 곳으로 가버리신...그리운 분이 되어버리셨지요
아버지
아버지가 참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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