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의 노래
함진희
2005.07.28
조회 39
"얘야, 나 노래 자랑 접수했다."
동네 노래 자랑이 있다는 말에
신청을 하셨다는 겁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셨는지...
그로부터 한달간은 매일 새벽이면 일어나서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을 부르셨습니다.
남편은 녹음테이프에 그 노래만 반복해서 녹음해 드렸고
하루종일 테이프의 노래를 따라부르며 연습하셨습니다.
죽기전에 노래자랑 나가보는게 소원이라며

내가 듣기엔
음정 박자 모두
영......
결과는 물론 '땡'이었습니다.


평생 고생만 하셨습니다.
아버님은 매일 밥보다는 술을 더 많이 드셨고
집안 살림은 모두 어머니의 몫이었습니다.
새벽이면 남의 논에 나가 일을 하셨고
저녁이면
집앞에 있는 텃밭을 가꾸시고
그리도 틈틈이 채소들을 손질해
시장에 나가
남의 집 가게앞에 앉아 파셨습니다.
어려운 살림속에서도 자식들 공부라면 꼭 시켜 주셨고
남의집에서 돈을 꾸어서라도 갖다 책이며 영어테이프를 사주셨답니다.
그렇게 다섯남매를 키우셨습니다.
어머니 혼자 힘으로

평생 노래라곤
아니
노래를 부를 여력이 없이 살아오신 어머니

그 어머니께서
처음으로
편안하게 부르신 노래가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입니다.

어머니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이제 어머니도 편안해 지셨구나는 생각에
자식된 도리를 다 한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노래부르시는 어머니
이제 내년이면 여든이십니다.
점심을 드시고
곱게 화장하고 노인정에 가셨습니다.

가끔
"얘야 립스틱이 떨어졌다. 퇴근 길에 사오렴."
"가방 안드는 것 있니? 좀 주렴."
"목걸이 안하는 거 있으면 다오."
예뻐지려는 모습이
멋내려는 모습이 좋습니다.
평생 처음이니까요.
젊어서도 못해본 화장, 예쁜 옷
그런 모습이 좋습니다.

어머니의 입에서
늘 노래가 흘러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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