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막에서는 부채가 어울리죠
김인옥
2005.07.27
조회 30
더위와 높은 습도로 집안에 있었도 땀이 나고 눅눅함이 묻어납니다.
세균과 곰팡이의 번식을 억제하기 위해 집안에 문이란 문은 다 열어 환기시키며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라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자연의 냄새를 맡으며 신선함을 늘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 습관이라는게 쉬 바뀌지 않네요.
요즘 왠만한 가정에 에어컨이 다 있는데 저는 한여름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도 쐬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에어컨 살 생각은 엄두를 못내고 작은 선풍기가 하나 있을 뿐입니다.
남편이나 애들도 에어컨 사자는 이야기가 없지요, 우리는 이렇게 사나보다하고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
덥다 싶으면 애들 쪽으로 선풍기를 틀고 저는 20여 년 넘게 쓴 부채가 서 너개 있는데 그 부채로 여름을 그럭저럭 납니다.
손 때가 많이 묻어 이제는 골동품들이지요.
아는 분게서 그려준 그림이 멋있어서 고마운 마음으로 잘 쓰고 있습니다.
영재님 종려나무 아세요.
제주도 아열대식물원에 가면 하늘을 찌르는 듯한 높이에 부채꼴 나뭇잎을 자랑하는 따뜻한 지방에서 자생하는 나무입니다.
어릴 적 친정집에는 종려나무 농장을 했었습니다.
잎이 마치 부채살처럼 펴져있는 게 잎을 따 내면 부채 대용으로 쓸 수가 있었는데 무겁고 커서 가지고 다닐 수가 없었지요.
꼼꼼하신 친정아버지께서 비가 오는 날이면 종려나무 잎을 따다가 넓적한 가죽칼로 얇게 손질을 했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데 아버지의 마이더스 손을 거치면 날씬하고 모양좋은 멋있는 부채로 둔갑을 했지요.
여기에 알록달록한 아리랑 담배 포장지 모아놓은 것을 예술적으로 바르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특허품 아버지표 부채가 탄생하였습니다.
제사 때 친적들이 오시면 선물로 주고, 이웃에 한 두개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한여름 마실을 가거나 모임이 있을 때 손에 들고 다니는 필수품으로 시골에 정겨움과 인심을 엿볼 수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이 종려나무가 대나무처럼 단단하지 못한 게 흠이라면 흠이었는데 한 3년 쓰면 수명이 다 되어 못쓰게 되는데 해마다 만드는 아버지표 부채는 다시 새 주인에게 전달되어 한여름을 시원하고 건강하게 날 수 있는 소지품이었습니다.
여유와 운치로 우리 부모님 세대는 여름을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지혜롭게 보냈습니다.
운치와 지혜를 맛보게 해주었던 아버지표 부채 안 보인지 꽤 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몇 년 전에 하늘나라 그곳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늘 다정한 목소리 유지하시고 더위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신청곡
장은아씨 고귀한 선물
높은음자리 저 바다에 누워
김만준시 모모
최안순씨 산까치야
둘다섯 밤 배
박인희씨 모닥불
양희은씨 모두 모여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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