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회상! [원두막음악회]
김성철
2005.07.21
조회 53
김치냉장고가 없었던
어린 시절 여름엔 깊디 깊은 우물에
연두빛 프라스틱 김치통과 수박덩이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단독주택을 소유하지 못하고 공동체를 이루다 보니
단연 한 두 개가 아니었다.
그때는 끝이 보이지 않던 우물이 얼마나 깊고 무서웠는지..

해가 질 무렵, 한 낮의 더위를 몰아낸 바람이
저녁을 먹은 이 집, 저 집 식구들을 平床으로 불러 모은다.
이 때는 의례 빠알간 수박 한 통이 쟁반에 받쳐져 내어진다.
수박과 함께 세상사는 얘기가 오고 갔다.
그때는 TV도 흔하지 않았던 시대였으니 "삼순이" 감동도 나눌 수 없었을테고,
의원도 약방도 읍네에 한 개 있을까 말까 했으니 조종사들의 파업에 거품물 수도 없었을텐데..
무엇이 그들의 대화꺼리였을까!

수박 몇 조각 욕심껏 먹으면 슬금슬금 잠이 오고,
어머니 무릎에 머리를 기대 누우면,
별들은 왜 그리도 총총하고, 하늘은 왜 그리도 가까웠는지..
그 시절이 가끔 눈물나게 그립다.

지금에서야 어디 이웃과 함께 하기가 쉬운가!
나부터도 예고되지 않은 방문은 상식에서 벗어난 일로 받아 들여진지 오래고,
밤이 깊도록 누군가와 삶을 나눈다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만남의 색깔도 쓴 맛, 단 맛 함께 하는 깊이 있는 만남보다는
나에 일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다양함에 치중한다.
결단코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장마가 지나면 쨍하니 더움이 기승을 더할 텐데..
아파트 문을 열자. 내 마음의 문을 열자.
수박 한 통 쪼개 놓고 이웃을 청해보자. 이유 없는 초청을..
함께 한다는 것은
기쁨만이 아니고,
슬픔만이 아니고,
유익함만도 아니다.
그저 나와 너를 나누는 것이다.

신청곡

1.이정석 - 여름날의 추억
2.김현철 - 32℃ 여름
3.빛과 소금 - 그 여름의 마지막(Instrumental)
4.권인하/강인원/김현식 - 비 오는 날 수채화
5.박강성 - 바위섬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