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노래
한해진
2005.07.21
조회 52
뿌연 새벽 안개에 쌓인 낙엽송 숲 사이로 날이 밝아오던 그 아침 아버지의 콧노래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또렷합니다. 일벌들이 분주히 나는 벌통을 배경으로 두엄을 내며 부르시던 흙에살리라 노래는 그날따라 왜 그리 흥겹던지. 아버지의 콧노래 속에는 그 양봉이 지겹도록 계속된 가난을 저만큼 물러가게 하고, 자식의 학비도 해결해 줄 거라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갓 낳은 달걀의 그 따끈한 감촉, 아버지 흉내를 내며 양 모서리에 구멍을 내 마셨던 달걀의 비릿함, 손가락만한 새끼오이를 줄기에 달아 놓은 채 한 입씩 베어 먹던 호기심 많은 넷째 그리고 흰 염소 젖을 좋아해 한 주전자를 통째로 마신 막내, 설거지를 서로 않겠다고 부엌에서 싸우던 둘째동생과의 일…. 돌이켜 보면 참 많은 것을 우리에게 주셨는데, 맏이인 저는 결혼한 후에도 “나에게 무엇을 해 주셨느냐고, 왜 공부하겠다던 날 막아서 고통 속에서 살게 하느냐”고 아버지 원망도 참 많이 했지요.
그리고 얼마 뒤 방을 쓸다가 발견한 일기장엔 아버지의 깊은 야망, 꺾여진 꿈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아버지에게도 가슴 깊은 상처가 있음을 그때 알았고, 전 그날 한참을 엉엉 울었습니다. 늘 부지런하시던 아버지 자식 때문에 부모 때문에 당신의 꿈을 접으셨던 것입니다. 기록문학으로도 손색없는 문장으로 엮어 가신 양점일기, 양봉일기, 버섯재배일기 등은 저희 오남매에게 소중한 가르침이 된 것입니다.
지금도 아버지의 모습이 한 장의 사진처럼 선명하네요
이젠 영원히 뵈올 수 없는 아버지모습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오늘은 아버지가 즐겨 부르시던 홍세민//흙에 살리라 노래
아버지한테 들려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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