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조용한 분이셨습니다. 덜렁거리던 저는 누굴 닮았는 지요 아버지도 쾌활한 분이 아니셨기에 어렸을 적 저는 가끔씩 상상하길 <난 정말 다리밑에서 줏어온 게 분명해>하면서 조용하신 어머니를 바라보며 슬픔에 잠기곤 했답니다.
그런 어머니의 성격에 맞았는지 어머니는 한복을 참 즐겨입어셨고 아버지도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웃어대셨습니다.
외출할 적마다 흰 수건을 한 손에 쥐고 조심조심 걸어나가시는 그 모습과 잘 어울리듯 또 조금 앞서서 휘적휘적 걸어가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저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했습니다
넌 왜 그렇게 칠칠지 못하냐
하시면서 야단을 하시는 어머니의 야단을 들으면서 저는 꼭 어머니 참한 제비 같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닮고도 싶은데 타고난 천성이 그러는지
안정이 안되고 들썽들썽
암튼 천방지축 선 머슴아처럼 그렇게 대책없이 살아가던 날이었지요
느른한 오후
오수를 즐기면서 눈을 슬그머니 떠보는데
어머니가 왠일인지 모시적삼으로 된 옷을 차려입으시고 어딜 가시려는지 외출 준비를 단단히 하신대 마루 끝자락께 앉아 계시는데
아마도 아버지가 조금 늦으셨던 모양입니다
"세모시..옥색치마..금박 물린 저 댕기가 .."
하시며 무료함을 달래듯 조용조용 노래를 부르시는데
이야
우리 엄마지만 얼마나 아름답던지요
입으신 옷과 흘러나오는 어머니의 노래 제비는 딱 어우러졌고
그대로 숨을 크게 쉬었다가는 어머니의 노래가 멈춰버릴 것 같아서 뻣뻣하게 누운 채 어머니의 노래를 끝까지 들었답니다
잔잔하게 그리고 정말 끊어질 듯 하다가도
다시 이어지는 어머니의 노래는 그 뒤로 세 번 이상 반복하고나서야 아버지가 돌아오셨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그런데요
어머니는 그 노래를 참 좋아하셨던 가봐요
혼자 계시다가 누가 없는 것을 확인 하고 나서 조용조용 부르시던 그 노래
물론 저는 그 노래가 들려오는 부엌쪽을 몰래 바라보면서 살금살금 고양이걸음을 한채 그렇게 다가가서 음미하곤 했는데
우리 어머니
지금도 혹시 홀로 계시면서 노래부르는 것 아닐까요?
얼른 찾아가서 어렸을 적 몰래 걸었던 그 고양이 걸음을 한번 더 걸어서 들어볼까요?
제비 - 조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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