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10년이 넘어가니
이제 오히려 친정어머니보다 시어머니가 편하고
친정보다 시댁이 더 편하게 느껴집니다.
제가 결혼했을 당시에
저희 시어머니는 50대 후반의 멋쟁이 아줌마셨어요.
결혼전 친정엄마의 무조건적인 희생만을 보면서 자랐던 저는
자신의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어머니의 모습이
참 생경하게 다가왔습니다.
일주일의 어머니 스케줄을 보면
하루는 서예,하루는 분재,이틀은 수영,또 하루는 노래교실,주말에는 성당에 나가시면서
바쁘게 사시는 겁니다.
칠순이 되신 지금까지 그 스케줄엔 변함이 없으시죠.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께서 노래교실서 배워오셨다면서
어떤 노래를 부르시는데
자꾸만 저보고 그 테이프 좀 구해오라는 거에요.
저는 어머니께 제목을 정확히 알아 오시라 했죠.
다음날 어머니는 그 노래의 제목이 '숨어우는 바람소리'라는 거에요.
처음 듣던 제목에 저는 우리 동네 레코드가게를 다 돌아 다녔습니다.
지금은 인터넷이란 게 있어
뭐 궁금하거나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찾으면 되지만
그땐 발로 뛰어야 했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체면불구하고 저에게 부탁하셨다는 사실과
어머니를 위해 조그만 노력으로 기쁨을 드려야 겠다는 사명감으로
어머니의 그 노래를 찾아다녀 결국 대학가 앞의 레코드가게에서
그노래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글쎄 알고보니 그노래가
대학가요제 입상곡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구해드린 그 테이프를 얼마나 열심히 듣고 따라 부르셨는지 지금도 노래방가시면 당신의 애창곡 1번이 되었습니다.
저도 어머니에게 그 노래를 하도 많이 듣다보니
그리 대중적인 인기를 끌진 못했지만
저희 가족들에겐 어떤 노래보다도
유명하답니다.
가만히 귀기울여 들어보면
가사나 곡이 너무 좋답니다.
울 어머니의 애창곡 꼭 방송으로 다시 듣고 싶습니다.
특히 얼마전 제사음식을 준비하시다 베란다에서 미끄러져
무릎을 크게 다쳐
잠시동안 그 바쁜 스케줄을 접고 계시는 어머니가
이방송으로 즐거움을 얻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참 첨부하는 사진은요
어머니가 로마 바티칸을 관광하시는 모습인데요
젊은 사람들도 그냥 겉넘겨 듣는 가이드의 설명을
메모까지 해가며 듣고 계시는 모습입니다.
매사에 이렇게 정열적이신 울 어머니 다리가 빨리 완쾌되길
방송에서 꼭 빌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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