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칠월이 오면
박정숙
2005.06.30
조회 49
칠월이 오면
*신청곡/한경애-옛 시인의 노래
*장계현나의20년
칠월이 오면 칠월이 데려오는 푸른 그늘 속에다
잃어버린 말을 찾아내어 쉬게 할 테다
숱하게 정의를 내리며 뱉은 말은
잊혀진 세월의 갈피에서 재잘거리다 잠들었을 테고
분노로 외친 구호는 강 따라 흘러가
마른 나무 뿌리를 적시다 과로로 쓰러져 갔다.
칠월은 더 많은 나무 잎을 준비하고
어둠 보다 더 촘촘한 그늘을 짤 테고
저기 안개를 지나 푸른 속삭임으로 다가오는 칠월
칠월이 오면 칠월의 숲에 드나드는 날벌레처럼
사랑의 말도 숲으로 드나들도록 허락하리라
사랑은 도시 언저리에서 헤매다 굽이 닳을 대로 다 닳았다.
기관지가 약해져 헐떡이는 사랑의 말들
칠월의 숲에 드나들다 청미레 넝쿨로 자라거라
청미레 넝쿨에 가시가 돋아난다 해도
다 사랑의 약효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칠월아 오너라 벌써 여름 장마비가 숲을 뒤지다 가고
칠월이 오면 가슴의 그리움이 청포도로 익어 갈텐데



칠월이 오면 무성해져 가는 것이 어디 식물뿐이랴
기다림이 위험 수위로 차 오르고
그래도 수문을 열지 않는 것은
스스로 수위를 조절하는 기다림의 지혜가 있기 때문인데
칠월이 오면 눈이 맑아져
이제는 외등 꺼진 골목에 기대있는
키 작은 사랑도 알아보리라
우리의 배경이 되었다 사라지는
지친 뒷모습에게도 손 흔들어주고
이제 따뜻한 작별의 말도 만들어
가슴에 접어두고 살 테다.
칠월이 와도 떠나갈 것은 떠나갈텐데
떠나는 길 위에다 작별의 말을 깔아줄 테다
칠월이 오면 귀도 밝아져
아직도 가슴에 메아리치고 있는 절규로 남아있는
광장의 목소리를 올올 골라낼 테다
눈이 있어도 귀가 있어도
보아도 못 본 채 들어도 못 들은 채 살아왔지만
칠월이 오면 칠월을 아지트 삼아
푸른 파르티잔이 될 테다
전술이냐 전략이냐 따지지 않고
사랑의 기술이나 익혀
전단지를 뿌려 사랑이 가져오는 혁명의 날을 기다릴 테다
이제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외치지 않아도 사랑이 한 시대 흐름이고
사랑이 대세여야 한다.



칠월아 오너라 벌써 고궁의 담 위에 이끼는 저렇게 푸르고
칠월이 오면 그리움이 몇 뼘 더 종 탑을 향해 기어오를 텐데




저 구부러진 길을 돌아 칠월이 오면
별빛이 파수꾼으로 푸른 열매를 지키는 밤이 오면
나는 밤의 리듬을 익혀
여름밤을 노래 할 테다
끓어오르던 물 같은 감정도 잠잠해지고
속보이던 강물이 몇 길 더 깊어지면
얕아서 참방거리던 내 종교도 깊어져
비로소 나는 두 손 모을 것이다.
눈동자를 비질하고 사라진
바람과 바다와 모든 것의 비문을 새길 것이다.
그들로 인해
내 영혼은 맑았다고
미루나무 끝을 타고 칠월이 오면
매미 울음 따라 칠월이 오면
콩밭 가에 와 비둘기 구구 대는 날이 오면
나는 작부 같이 헤픈 몸으로
꽃 그늘 아래 누워 있으리라
그러다 내 몸 곳곳에 꽃잎이 떨어지면
그러다 마침내 꽃씨 마저 떨어지면
나는 꽃잎의 무덤
꽃씨의 무덤이었다가
마침내 꽃이 부활하는 정원이 되리라
칠월이 오지 못해
칠월의 밀항을 돕는다고 내가 신고 당해
칠월을 방해하려 테러 당해 내가 쓰러지면
그래도 후회 없이 몸져누워
칠월을 기다릴 테다



저 빨래 줄을 타고 칠월이 오면
내가 적이라 불렀던 모든 것에게
사나운 들짐승 같은 이름에게 사랑을 선포하리라
떳떳하지도 못한 배후도 없는 가난한 내 입으로 애정을 키우고
밤이면 보리밭에 가리지를 뿌리고 다니는 악마 같이
그들 마음 곳곳에 뿌리고 다닐 텐데



칠월이 오면 달아오른 철길을 따라
전시의 열차 같이 칠월이 오면
맨발로 넘어질 듯 마중 나간 나는
칠월과 자폭하듯
온 세상에 터져 오르리라
칠월이 오면
벌써 하늘에 번지는 마른번개를 따라 칠월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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