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애창곡
최정석
2005.06.16
조회 49
어릴 적 아버지의 별명은 [호랑이]셨지요.
아버지의 큰 기침이라도 있을라치면 모두 어깨를
움츠린채로 뒤에서 눈치만 봐야 했습니다.
그러나 엄하긴 하셔도 의외로 인자함이 많으셔서
이웃과 친지들은 아버지를 어른으로 모시고
대접을 해 드렸지요.

약주라도 얼큰하게 하시고 들어오신 날에는
우리들을 앉혀놓고 말씀을 하셨지요.
[너희들은 뼈대 있는 집 자손이다.뼈대를 지켜야한다.
강릉 최씨가 보통 뼈대 있는 자손이냐?]
아버지의 완강하고도 엄격한 말씀은 술을 드셔도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으셨지요.

그런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은 우리들은
사회질서에서 이탈하지 않고 모두 평범한 가정을 꾸려서 잘 살아가고 있는데요.

그런 아버지가 이제는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셨네요.
얼마전에 몸이 하도 이상해서 큰병원에서 진찰을 한 결과
방광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수술을 하고 누워계신 아버지의 초췌한 얼굴을 병색이 완연하셨지요.
한겨울의 마른나뭇가지마냥 앙상하게 살이 빠졌고
걸어 다니실 기력조차 없어서 누군가 붙잡아 주질 않으면 안되지요.
지난날의 그 엄한 모습은 간데가 없으시고 이제는
아픈배를 움켜쥐고 고통스러워하는 칠순의 노인이 되신겁니다.
수술을 하고 방사선 치료를 해야 할지는 아직 모른답니다.
방사선 치료를 하게되면 또 긴시간을 아픔으로 지내실 아버지의 왜소한 어깨가 가슴을 후려칩니다.
하얀 얼굴을 하고 누워 계시면서도 홀로
콧노래를 부르시며 당신의 고통을 감추시는 아버지..
그 아버지께 하나님의 손길이 닿아서 예전의 그 호랑이로 돌려주시길 간절히 빕니다,

아버지가 아픔을 달래며 부르시는 그 노래를 신청합니다.
최희준의 하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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