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만에 비가 오네요.
단비가 아닐까 싶어요.
농사 짓는 분들에게는 더없는 단비...
저희 아버지는 군인이셨답니다.
1919년생인 아버지는 일제 시대때 일본으로 징용군으로 끌려가셨었대요.
고생을 엄청 하시고.. 삼년동안 그곳에 계시면서...
언어를 잃어 버리셨죠.....
그리고 삼년만에 몰래 우리나라로 도망쳐 나왔답니다....
그리고 얼마후 전쟁이 났고...
아버지는 또다시 피비린내 나는 전장터에서 총부리를 가누며 싸움을 하셨죠...
그 과정에서 아버지는 몸의 여기 저기에 파편을 맞으셨고...
그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생하셨답니다...
나중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난 후 화장을 했는데요,
아버지의 유골을 살펴보니 돼지탄도 나오고 총알 파편도 나오고..... 정말 화장지에 담아져 있는 것을 보았는데...
얼마나 아팠을까.... 라는 생각에 눈물이 났지요.
그 많은 총알과 파편을 평생 몸속에 간직하고 사셨으니
술을 좋아하는 것도 그리 이해 못할 일은 아니건만
어렸을때는 왜 그것을 몰랐는지...
전 사실 어렸을때 아버지께서 술 드시는 모습이 가장 싫었거든요.
술만 드시면 머리맡에 항상 두고 주무시는 칼을 휘두르셨기에
더욱 무서웠죠.
그 옆에는 엄마가 주무셨거든요.
근데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견딜수가 없었대요...
눈만 감으면 혼령들이 나타나서....
그것을 잊기 위한 방편으로 아버지는 술을 즐기시게 되었고
머리맡에 칼을 두고 주무셨지요...
머리에도 파편 몇 개가 들어가 있어서 늘 정신이 오락가락하셨어요.
또 팔이나 다리에도 전장의 상처가 남아 있었죠.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는 파편 조각들....
그것들 때문에 고생을 참 많이 하셨답니다...
어느덧 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십오년이 되어 오네요.
해마다 유월달이 되면 또 오늘처럼 구슬프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아버지의 슬픔에 젖은 목소리가 더욱더 듣고 싶어집니다...
막걸리 한 잔에 거나하게 목을 축인 아버지는 항상
창밖을 바라보며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행랑 부두에~~~"
하면서 노래를 부르셨죠.
이 노래 제목이 굳세어라 금순아 였던가요?
확실한 제목은 모르겠네요...
가끔 가요무대나 그런데서 이 노래가 나오면 전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요.
그리고 보고 싶어지죠.
저희 아버지는 노래를 참 잘하셨어요...
끝에 가서는 항상 울먹 울먹... 먼저간 동료들과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우셨지만요...
오늘따라 아버지가 많이 보고 싶어집니다....
아버지.... 보고 싶어요.....
@ 사진은 해마다 현충일날 대전 국립묘지에 간답니다.
그때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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