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신 바지도 샀다구?
이민아
2005.06.01
조회 54
남자는 초록잎에 앉으면 초록색으로
갈색잎에 앉으면 갈색으로 변모하는 보호색을 지녔어요.
한번 들어보실래요?

그제께는 이웃에서 막내친구가 생일이라 덤으로 함께 초대를 받았더랬지요.
"애낳느라 애 키우느라 참 고생많았다"인사를 건넨 뒤
6살 꼬마녀석들은 '생일축하합니다'노래를 부르며 주인공은 촛불을 끄고요.
떡복이에 케잌에 쥬스에 비스켓에 함께 나눠먹다보니
저녁할 시간이 되었더라구요.

축하한다 인사를 건네고 돌아오니
현관앞에 쪽지가 붙어있네요.
'문이 잠궈져 있어 텃밭으로 간다'고요.
아니 구두에 정장바지 차림에 밭에 가면 어떡하냐구요?
들어오자마자 전화를 했었죠.
들어와 쉬어라구요.
밭에 간김에 일좀 하다 들어온다나요?

깜깜한 밤중에 들어온 우리 남자 참 많이도 골이났네요.
"말야. 현관문도 잠궈 놓고 어디갔냐구? 내가 물을땐 나갈 계획이 없었다고 해놓고서?"
"응 태훈이 생일이라 잠간 다녀왔지? 당신 열쇠 안 가져갔슈?"
"카풀때만 열쇠가져 가잖아?"
"미안해. 밥 먹어. 배 고프겠다"
"그래도 그렇지 문도 꽉 잠궈놓고?"

'아니 그럼 문잠궈놓고 나가지 열어놓고 나갑니까? 어련히 퇴근시간 전에 와 있을 걸 뻔히 알면서'라고 쏘아보고 싶은 맘 꾹 참았습니다.
어제 저녁은 왠일로 싱글벙글 들어왔습니다.
"아직도 삐꼈슈?"
"내가 뭐 삐돌이가? 맨날 화만 내게?"
"내가 말야. 당신 줄려고 홈플러스 그 먼곳까지 걸어서 걸어왔다 아니가? 당신바지도 샀다구?"
"고마워. 내한테 잘 어울리네"

오늘 아침은
"당신 새하얀 런닝입고 가"
"아이구 빵구난 것 교체하고 이 런닝도 샀었어? 고마워."

하루는 흐렸다가(삐죽빼쭉) 또 하루는 맑았다가(헤헤헤)
부부사이 날씨가 변덕이 심하네요.
나는 그냥 있는데 남자는 왜 그렇게 보호색을 간직하려는지....

남들도 그렇게 다 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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