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의 애창곡은....
장은미
2005.03.31
조회 41
"엄마..엄마.."
어김없이 녀석의 소리가 단지내를 울립니다. 무사히 하교한다는
걸 알리는 걸테고 또 엄마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녀석만의 방
법이겠죠.
"엄마..엄마.."
마을 어귀를 들어서면 신고 있던 운동화를 반은 벗은채, 집앞 양
지바른 곳을 찾아 이야기 나누시는 동네아주머니 틈으로 엄마를
찾습니다. 저를 발견한 엄마는 그저 빙그레 웃음으로 맞죠.
그런 엄마가 보이지 않는 날은 집안 구석구석을 뛰어다니기도하고 논밭으로 엄마의 모습을 쫓곤 하죠. 그런 엄마의 모습에
치맛자락 사이로 얼굴을 묻습니다.
그곳엔 엄마의 냄새가 있죠. 저만이 느끼는...
바람냄새가요. 분명 바람냄새인걸요.
그 안엔 꽃도 나무도 흙도 바다도 모든게 뒤썪인 냄새였죠.
그런 엄마는 거친 손으로 제 얼굴을 쓰다듬죠. 그곳엔 또 다른
엄마의 생활냄새가 있었죠. 김치냄새,기름냄새, 어느날엔 화장품
냄새까지도...
이렇게 엄마를 목청껏 부를수 있던 때가 있었죠. 제게도
그런 어느날, 낯선이들이 오고가고 서울있던 언니들의 반가운 모습이 보이더니 후론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더군요.
그것이 제게있어 엄마의 마지막이었음을 알았죠. 준비도 없었고
느낌도 없이 기억도 희미한채 말이죠.
수인협궤열차를 타고 야채팔러간일, 고개 너머 시장의 방앗간을 쫓아간일, 일 마치시고 대문을 들어서며 머리에 두른 흰수건으로 먼지를 툭툭 터시던일, 통학하는 언니의 갈래머리를 따주던 잠 덜깬 눈으로 바라보았던 엄마의 모습.
몇안되는 엄마의 기억이며 추억거리죠. 어리석죠 .초등학교5학년
여자아이의 기억이 이것뿐이라니. 바보스럽죠?
여자나이 마흔. 하고싶고 가고싶고 갖고싶은것이 얼마나 많았을 까요. 서른일곱 지금의 제가 그러니까요.
일곱명의 어린 자식들 살피랴, 끝없는 집안일이며, 그리 살갑지 않은 아버지와,
이런것들이 엄마를 지치고 병들게 했겠죠.
왜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당신몸을 돌보지 않으셨는지 안타깝고
아픕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엄마의 노래소리는 그 어디에도 찾아볼수 없네요. 웃음이 적진 않으셨지만 말수는 그리 많지 않으셨던 엄마.
엄마가 즐겨부른 노래뿐만이 아니라, 좋아하는 색도 음식도 꽃도...
아무것도 알지 못하죠. 왜 그리 어리숙했을까요.
100일된 우리 아이. 가끔은 아이의 모습에서 엄마를 찾아보지만 어디에도 보이질 않네요. 그저 제 냄새만을 기억해 주길 바랄뿐..
그래서요, 80년도 가을의 한가운데 여자나이 마흔 내 엄마가 좋아할만한 노래 가르쳐 주세요. 찾아주세요. 들려주세요.
그 노래가 엄마와 저의 노래가 될수 있도록요.
바람부는 내일은 녀석의 엄마 소리에 제 목소리를 묻어 보렵니다.
"엄마..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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