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엣날 층층시하 시댁 어른들 사이에서 6녀1남을 두신 부모님.
딸만 내리 낳자 좌불안석이 된 어머니께서 중매를 선 친정고모님께 인숙이(큰언니 이름)아버지 재가해서 아들을 보게 하는게 좋은 듯 싶다고 했답니다.
넉넉한 가정에 둘째 아들인 아버지께서 딸들 재롱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자식키우는 재미를 흠뻑 느껴 딸이 많음 어떻고, 아들이 없음 어떠나며 어른들 여론을 잠재웠습니다.
애를 많이 낳았다고 어머니가 건강해야 한다고 하시며 약을 지어다 손수 다려서 드시게 하고, 맛있는 먹거리가 있으면 낮에 봐 두었다가 밤에 몰래 사다가 어머니에게 드리셨습니다.
이에 질세라 약주를 좋아하시는 아버지께 사철 해장국을 맛있게 끓여서 건강을 챙기셨고, 솜씨좋은 바느질로 한복을 지어서 곱에 입히시고, 고운 목소리로 아버지께 노래를 가르쳐 드리고 함께 부르며 시댁에서의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청실홍실 엮어서 정성을 모아- 청실홍실 엮어서 무늬도 곱게-
티없는 마음속에 나만이 아는 음음 수를 놓았오.......
하늘이 도우심인지 삼신할머니가 도우심인지 귀남이가 태어났습니다.
이 때 아버지 나이가 40대 중반으로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한 살이 많으셨습니다.
아버지꼐서는 어머니와 금실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했고 항상 함께 다니시길 좋아했는데 어머니께서 당시 보기드문 피부미인이셨고 아버지보다 키가 조금 컸습니다.
딸을 많이 두신 죄값을 치르느라 어머니께서는 딸들을 할머니 집으로 수시로 보냈습니다.
세심한 어머니의 정성과 손녀들의 재롱과 효도에 할머니 마음도 녹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공동수돗물을 먹을 때였는데 물항아리에 가득 채우놓고, 집안 청소해드리기, 흰머리 뽑고 가려운 등 긁어드리고, 신발을 개끗이 씻어서 댓돌위에 올려놓고 감이 익을 때면 나무에 올라가 감 따는 일 등등......
동네 어르신들이 인숙이 할머니 복도 많다며 인사를 하자 황소고집을 피우던 할머니께서 경직되었던 마음을 열며 우리들을 껴안
아 살을 비비고 보듬으며 어머니를 이해하셨습니다.
시댁과의 마찰로 불편을 감수해야만 하셨던 어머니께서 어떻게든 원만한 가족관계를 유지하고 커가는 딸들에게 마음의 그림자를 벗겨 주려고 부단히 노력을 하셨지요.
할머니께서도 이쯤해서 백기를 들어야지 그간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고, 고모들이 출가를 해서 힘이 없어짐을 직시하셨습니다.
아들은 마누라를 무척이나 좋아하지 손자,손녀들이 성장하면서 생활에서의 모든 느낌을 받아들이게 되자 외톨이로 남을 것을 알아차리시고 마음의 벽을 완전히 걷어 내셨습니다.
친척들 고모들이 주시는 용돈을 모아 두셨다가 손녀들이 소풍이나 운동회 때 수학여행갈 때 손에 쥐어 주셨습니다.
사랑은 캐캐묵은 체증을 걷어내는 특효약입니다.
어머니께서 다시 태어나도 아버지와 함께 사신다고 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이젠 콧노래 조차도 안하시는 어머니를 보노라면 아버지와의 지난 날 삶을 그려봅니다.
영재님.
우리집 가족사 이해하시겠어요.
땅 속에서 새로운 봄기운이 쑥쑥 올라오고 있네요. 봄향기 속으로 푹 빠져보는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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