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집사와 스님
(2005.3.3)
5년 만에 동생이 집으로 찾아 왔다.
저번에 동생이 왔을 때는, 한 밤에 형제간에 ‘예수가 살길이라느니, 부처가 살길이라느니’ 서로 자기가 옳다고 옥신각신 말다툼 하다가 기어코 의견이 다르다고, 동생은 다니려온 형 집을 새벽 한 시에 뛰쳐나가, 긴 5년 세월 동안 무소식이더니, 이렇게 반갑게 찾아온 것이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스님 동생에게 웃으면서
“반갑다, 잘 왔지만, 또 삐져서 새벽에 도망가지 마라”
“원 형님도, 제가 삐지기는요”
“5년 만에 보니까 힘들어서 그러는 거야”
“아닙니다, 저가 수행을 하느라고 그간 시간이 좀 없었습니다, 자주 못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아버님은 잘 계시지요?”
“그래, 들어가서 인사 드려라”
나는 30여 년 전에 교회 나가면서 기독교인으로 집사이고, 동생은 절로 출가한지 25년이 된 비구승 스님이다.
동생이 절집에 출가하면서 속세의 인연을 끊는다고 집에 찾아오는 발걸음이 쉽지 않았다.
그런 연유로 어머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고, 아버지 희수연에도 오지 않고, 아이들 결혼이나 각종 집안 행사에도 당연히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니 오랫동안 중풍으로 누워있는 아버지의 뒷바라지도 모른 체 했다.
9년 동안 아버지 병간호에 지친 나는 환자 곁에 잠을 안잔지 오래지만, 동생은 회색의 무심한 봇짐을 아버지 옆에 놓아두고는 아버지와 긴 밤을 새워 연인들처럼 이야기 했다.
오랜만에 아버지가 잘된 효자를 만났다.
동생은 그 이튼 날부터 형제간에 본격적으로 신앙의 촉각을 벼루기 개시했다.
“왜 제가 출가했는지 아십니까?, 제가 가지고 온 이 태이프를 들어 보십시오, 형님 잠깐이면 됩니다”
“됐다, 내가 너 한태 기독교로 오라고 말하지 않을 태니, 나 한태 불교 귀의를 권유 하지 말아라”
“아닙니다, 한번은 들으셔야 저를 이해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레코드는 작동이 안되지요? ”
“아마 하나님이 레코더를 붙잡고 있어서 소리가 안나나 보다”
이쯤에서 서로 우리형제는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로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자마자
“종교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이러면 서로에게 관심을 표할 시간도 없이 또 종교이야기만, 하다가 시간다가고 너는 다시 절에 가서 5년 뒤에나 오게 된다, 저기 오늘 외손자가 온다고 했으니, 손자를 봐라 얼마나 귀여운지, 너 아기들 똥 닦아 줘봤나?”
“아니요, 세속 이야기라서요”
“세속을 모르면, 세속 신도들의 마음을 알 수가 없지 않니”
“형님이 종교 이야기를 먼저 하시니까, 저도 다시 말려들잖아요, 그러니 종교이아기를 먼저 끝내고 다른 이야기를 하자구요”
“종교 이야기는 끝도 없어, 그만하자, 그래 다시는 종교 이야기 꺼내지 않을께”
“얼마나 가는지 지켜보겠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왕궁을 버리고 거지 인생을 살면서 도를 닦은 분입니다, 그래서 세속사람들이 좋아하는 권세, 가족, 돈, 명예를 버리고 중생하신 분입니다, 왜 불교를 안 믿는지 모르겠습니다”
“부처님이 거지처럼 사람들에게 얻어먹고 다녔다면서, 부처가 얻어먹는 것도 사람들이 줘야 얻어먹었을 것 아닌가?”
“그렇지요”
“그럼, 준 사람들이 모두 세속 사람들이냐 이거다”
“그런 이야기가 아니고요”
“그만해, 나는 예수님 이야기 아직 시작도 안했다”
“하세요, 저도 성경을 여러 번 읽어 보아서 잘 알아요”
“자, 이젠 정말 그만하자, 같은 피를 나눈 형제 사이에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 형제 밖에 세상에 누가 더 있니?“
“그래요, 가족은 중요하지요, 그래서 제가 자주는 못 와도, 이렇게 형님을 찾아보려고 오지
않았습니까”
“이제야 아는군, 네가 집으로 돌아오라고 하나님께 얼마나 기도한 줄도 모르지!, 네가 집으로 다시 온 것도 하나님의 기도응답이다”
“기도야 저의 수행 목적입니다, 형님은 올 수가 없는 나를 돌아오라고 기도했지만, 저야 산사람이나 죽은 사람이나 가릴 것도 없이 모두 제 기도 제목입니다, 제가 단 하루라도 가족을 위한 기도를 소흘히 하는 날이 있는 줄 압니까?”
“그래, 나도 기도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기독교는 성경 창세기에 세상 창조의 목적이 가족과 결혼이야, 그래서 우리가 하나님을 믿어야 하는 거지”
“하이고 형님,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시는 군요, 뻔하잖아요, 불교의 본질이 자비라는 것을요”
“동생! 정말, 종교 이야기 하지말자, 무섭다, 너 또 도망 갈 가봐서 겁 난다”
“아닙니다, 서로를 위해서 기도 해야지요”
“그래 고맙다, 서로 기도 하자”
“참, 여기 작은 돈입니다만 아버지 치료비로 보태서 쓰세요, 중은 돈이 없습니다만, 누가 조금씩 주는 것을 모아서 가져온 돈입니다, 저는 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돈 좋지, 백 만원 이상 아니면 안 받는다”
“그러지 말고 받아주세요, 필요하신 것 같아요”
스님 동생이 불교 전도 후에 주고 간 백 만원으로 생활에 한숨을 돌리겠지만, 동생은 가슴이 아프다고 하면서 힘들어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썩 좋지를 않다.
그러나 놀면서 아버지 간병비가 많이 들어 스님의 돈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는 싸우지 않고 무사히 가니, 그나마 동생이 사람 된 것 같다.
떠나면서
“저도 많이 사람 됐지요? 허허 허” 하고 확인을 시켜주었다.
신청곡 (거룩한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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