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길목에서...
임희연
2004.12.22
조회 48


어려서 살았던 우리 마을은 큰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작은 마을이었다.
마을이라고는 하지만 드문드문 몇 채의 집 밖에 없는 그런 산골이었다.
그곳에서 학교까지 가려면 한참을 걸어 내려와 큰 동네를 지나서 10여리를 걸어야만 한다.
하루에 두 번씩 큰 동네까지 버스가 다니기는 했지만 버스를 타고 다닌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고
아주 가끔 버스를 만나 공짜로 타는 날이면 그 날을 큰 행운의 날이었다.
먼 학교를 매일같이 걸어서 통학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 가야하는 아침 등교시간에는 부지런히 뛰고 걷고 했지만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은 몇 시간씩, 아니 어떤 날은 한 나절씩 걸리기도 했다.
봄이면 물 오른 버들가지를 잘라 피리를 만들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피어나는 새싹과 작은 꽃잎들을 따서 냇가의 돌멩이로 주방을 차리고 친구들과 소꿉놀이도 했다.
길가로 함께 이어진 냇가는 겨울에는 물이 말랐다가 봄이면 조금씩 흐르기 시작하여
여름이면 꽤 많은 물이 흐른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뜨거운 여름날 냇물은 아이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쉼터였다.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큰 미루나무 아래 냇가에 오기만 하면
책 보자기는 길가에 던져놓은 채 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제일 깊은 곳이래야 정강이도 안 되지만 그 냇가는 아이들의 유일한 수영장이었고
여름을 잊을 수 있는 유일한 피서지였다.
냇가의 물도 서서히 줄어들면서 여름은 지나고 가을이 오면
길가의 큰 밭에 하얀 무가 머리를 쑥 내밀고 올라온다.
학교에서 돌아 올 때면 허기져 있는 아이들에게 그곳은 늘 스릴 있는 곳이었다.
망을 보며 힘겹게 무서리에 성공하여 급히 먹어치우는 그 맛은
허기를 꽉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기가 막힌 식사였다.
어른들은 우리들이 하는 무서리를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지나곤 하셨다.
가을은 급히 지나고 길가에 서릿발이 서기 시작하면서 겨울은 시작된다.
한번 눈이 내리면 좀처럼 녹지 않는 길, 그 길 위에서의 겨울은 참으로 힘겨운 날들이었다.
미끄러지고 넘어지며 그래도 걸어야했던 그 길은 봄을 더욱 간절히 기다리게 했다.


라이너스----연
한마음------다락방
장은아------이 거리를 생각하세요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