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김수정
2004.06.08
조회 325
지난 달 반상회에서 반장님이 관리사무실 2층에
탁구대를 마련해 두었으니 취미있으신 분을 아무나 와서 즐기라고 하시더군요.
얼마 전 어느 선선한 밤에 아이들이랑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는데
어디선가 핑퐁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 올려다보니
맞다. 그 곳에서 탁구를 하는 소리였어요.
와 부지런하구나. 재미있겠다 생각하고 잊어버린 며칠 후
아파트 입구에 커다란 현수막이 붙어있더군요.

"**아파트 탁구 동호회 모집"
어느새 동호회 모집 광고가 붙어있어요.
저는 사실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동호회라니 아파트 관리사무실 빈방에 탁구대 두개 있으면
애나 어른이나 시간나면 즐기면 되지 무슨 동호회입니까?
입주자 동호회부터 테니스 동호회, 뭐든지 일단
뭉치면 자기네들끼리는 재미있지만 그 다음 사람은 언제나
주변인이 되고 겉돌게 되지 않습니까?
일종의 이기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고려시대 조선시대부터 계, 두레, 향약의 전통이 있었던
때문인가요?
아이들 학모 모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새 아이들보다 더 친해져 친한 엄마끼리 또 그 자녀끼리
단단한 블럭을 형성하여 본의든 아니든 벽을 만들어
알게 모르게 다른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적은 없었나요?

인터넷은 더 심합니다.
표면적으로 어떤 써클이든 까페든 동호회든 무척이나 열린 공간처럼 보이지만 일단 회원수 불리기에 누구든지 환영하지만
물밑 작업과 배타성 그리고 폐쇄성은 상당히 견고합니다.
친한 이들끼리는(물론 그것이 진정한 유대관계라고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구요)
오히려 제삼자를 당혹하게 할 정도로
너무도 허물없는 말들을 게시판에서 주고 받지만
좀 더 친해보려고 또는 눈치없이 같이 껴든 제삼자는
멸시에 가까운 냉담한 반응이 돌아오지요.

이 곳 역시 세상에서 어른이라고 불리는,
높은 분이 아니라
성인이 많이 오는 곳이죠.
나같은 아주머니, 아저씨
손주, 며느리 보신 어르신들도
와서 구수한 이야기 풀어놓으시는 편안한 곳입니다.

그런데 왜 이리 불편하게 만드십니까?
어쩌면 인터넷 세상에서 아이와 어른의 차이는
태도나 가치관의 문제가 아니라
어법의 차이 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것은 절대 참지 못하고
다른 것은 틀린 것이고
자기 편이 아니면 한심한 것들이고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들이고
...

방송은 방송일 뿐입니다.
인터넷게시판은 신청곡과 사연을 올리는 곳이구요.
나처럼 단순하고 무식한 사람은
그냥 내가 듣고 싶은 노래를 듣고
즐거운 마음으로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 읽어보고
그리고 또 다른 일상으로 돌아가고 그것만을 원합니다.
이 곳은 동호회의 게시판이 아니고
진행자의 팬클럽도 아니고 또한 안티까페도 아닙니다.

일상에 지친 어쩌면 세상에서 말하는
노땅들이 편하게 쉬었다 가는 곳을
더 이상 불편하거나 불안하게 만들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